작곡가 진은숙이 서울시향의 공연기획자문 역으로 위촉됐다.
공연기획자문은 국제적으로 폭넓은 네트워크와 세계 음악계 흐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오케스트라의 연간 프로그램 구성과 국내외 투어의 기획, 아티스트 섭외 등을 지원하는 자리다. 앞서 세계적인 음반 프로듀서인 마이클 파인이 맡았지만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서울시향 사퇴와 함께 물러난 후 공석인 채였다.
서울시향은 상주작곡가이자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 기획에 직접 참여하는 진은숙이 10월부터 공연기획자문을 맡는다고 28일 발표했다.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100여명의 단원들과 국내 관객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진 음악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인식해 왔다. 현존 작곡가들 가운데 세계 클래식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진은숙 선생이야말로 공연기획자문 역으로 적격이라고 판단해 재단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임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진은숙 선생이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서울시향과 오랫동안 일해왔고 속속들이 아는 만큼 서울시향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진은숙은 명실공히 세계 클래식계의 중심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로 최정상급 음악가 및 유수 단체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오며 공고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시향이 국내 오케스트라로는 처음 베를린 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뉴욕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세계적인 작곡가에게 신작을 위촉할 수 있는 컨소시엄에 참가하도록 도움으로써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실 2~3년 앞서 기획을 진행하는 오케스트라의 특성상 그는 마이클 파인 사퇴 이후 서울시향의 공연기획자문에 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서울시향 후원회는 진은숙의 공로를 격려하고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활동을 지원해 왔다.
진은숙은 “공연기획자문 역을 받아들인 것은 지난 10년간 정명훈 선생님과 서울시향이 쌓아온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지난 3월 아르스 노바 때문에 서울에 왔다가 서울시향을 둘러싼 힘든 상황을 보고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동거동락하며 일해 왔던 서울시향과 좀더 깊숙히 일하게 돼 기쁘면서도 부담스럽다. 공연기획팀과 힘을 모아 서울시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겠다”면서 “현대음악 작곡가이기 때문에 자칫 서울시향 레퍼토리가 현대음악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내년 기획공연 횟수가 올해보다 조금 늘어난다.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시즌 프로그램에 걸맞는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공연되지 않았던 의미있는 레퍼토리를 추가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10주년을 맞은 ‘아르스 노바’ 시리즈는 오는 10월 두 번의 콘서트를 가진다. 아르스 노바 시리즈 III은 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체임버 콘서트 ‘Pianoscope’, 시리즈 IV는 7일 LG아트센터에서 관현악 콘서트 ‘Fantastical Tales’를 개최한다. 지휘자 안토니 헤르스와 피아니스트 메이 이 푸가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Pianoscope’에선 프랑수어 쿠프랭의 ‘틱-톡-쇽’과 진은숙의 피아노 에튀드 5번 ‘토카타’ 등을 들려준다. 아르스 노바에서 진은숙의 곡이 연주되는 것은 5년만이다. 또 ‘Fantastical Tales’는 아나톨리 랴도프의 ‘바바 야가’, 올리버 너센의 ‘저기 보이는 성으로 가는 길’(오페라 ‘히글티 피글티 팝!’에 따른 관현악 포푸리, 한국 초연) 등을 연주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공연 시작 40분 전부터 진은숙의 강의가 열린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