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총회단상② 총회장 2명을 배출한 여인의 힘!

입력 2016-09-27 18:55 수정 2016-09-27 19:06
이성희 예장통합 총회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안산제일교회에서 열린 총회장 취임식에서 어머니 설귀연 권사를 꼭 끌어안고 있다.박재찬 기자

지난 26일 저녁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제일교회(고훈 목사) 본당. 예장통합교단의 수장으로 오른 이성희 신임 총회장의 취임식이 마무리될 즈음이었습니다. 이 총회장이 갑자기 총대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총대님들, 제가 이 분은 꼭 좀 소개를 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도대체 누구지?’ 총대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 쯤 이 목사의 시선은 총대들 사이에 앉아 있던 그의 어머니 설귀연(92) 권사에게 향해 있었습니다.

“오늘 모친께서 일부러 대구에서 올라오셨습니다. 아버지(고 이상근 목사·1999년 소천)가 제59회 총회장이셨고, 제가 101회 총회장이 됐다며 기어코 올라오시겠다고 하셔서…. 어머님이 썩 건강하시지 않은데, 며칠 잠을 못 주무시고 오신 것 같습니다. 우리 어머님은 남편을 총회장 만드시고 아들까지 총회장을 만드신 훌륭한 어머님이십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구순 넘은 노모가 부축을 받아 신발을 벗고 천천히 단상에 올랐습니다. 1400여 명의 총대들은 따뜻한 박수를 보냈습니다. 

격동의 시절, 반세기에 걸쳐서 두 명의 목회자를 훌륭하게 키워낸 사모에 대한,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현이었습니다. 이 총회장이 어머니 설 권사를 두 손으로 꼭 끌어안았을 때 박수 소리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노모에 대한 이 총회장의 기억은 각별하면서도 퍽 신앙적이었습니다.기독교 월간잡지인 ‘크리스찬 리뷰(2016.8)’에 실린 이 총회장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제가 어릴 때 가장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1953년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미국 유학을 가셨습니다. 전쟁 중 무지하게 가난한 시절이었지요. 

한번은 어머님이 저에게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인데, 심부름을 하면서 돈을 떼먹고, 뭘 사먹고 왔습니다. 어머님께 값이 올랐더라면서 잔돈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님은 수건으로 본인 목을 조르며 ‘내가 죽어야지, 죽어야지’하면서 죽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아버님은 안계시고 어머님 돌아가시면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때 ‘죽어야지’ 하시던 어머님이 92세로 아직도 살아계십니다. 아버님은 잔소리 한마디 안하셨고, 가정교육은 어머님이 다 하셨습니다. 

제가 대학 졸업 후 15년 공부했는데, 단 1분도 주일에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 어머님이 ‘주일에 공부하는 것 아니다’라며 가정교육을 철저히 하셨습니다.”

정직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일에 정성을 다한 어머니의 가르침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교단을 섬기는 총회장을 보고 싶습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