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이 부족했습니다. 총대 여러분께 미안함과 함께…”
“두 번의 희년을 맞아 특별사면을 시행하고자 했으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서…”
예장통합총회의 100회기 총회장이었던 채영남(광주 본향교회) 목사는 제101회기 총회기간 내내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다녔습니다. ‘이단해제’ 특별사면 논란의 후폭풍 때문입니다. 이홍정 사무총장에 대한 재인준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는 “이 사무총장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제가 부족해서…”라며 몸을 낮췄지만, 총대들의 마음은 표심으로 드러났습니다. 찬성 426표 반대 845표. ‘재인준 부결’. 예상보다 표차가 컸습니다.
채 전 총회장은 총회 내내 앞자리를 지켜야 했습니다. 지난해 사업보고 등 총대들 앞에 서서 설명하거나 해명할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부서 보고에 대해 한 총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채 총회장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채 총회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계속해서 미안합니다.”
간만에 회의장에 폭소가 터졌습니다. 채 전 총회장은 지난 한해 ‘화해’를 주제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면서 교단 안팎에 화해 분위기를 도모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두 번의 희년을 매듭짓는 100회기 총회장이라는 직함이 주는 무게 때문이었습니다.
특별사면 건 역시 그런 일환이었다고 하지만 절차상 문제와 함께 총대들의 정서와 괴리가 꽤 깊었던 것 같습니다. 총대들 중에는 ‘특별사면’해프닝에 대해 화가 많이 난 이들도 있었지만 채 전 총회장의 마음을 헤아리는 목사·장로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장자교단’ 예장통합 총회의 성숙한 면모가 살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모습이 한국교회의 희망 아니겠습니까.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