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칼부림 중학생, 정당방위로 선처받을 수 있을까…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6-09-28 00:03
강원도에서 열다섯 살 중학생이 자신을 괴롭힌다며 동급생을 칼로 수차례 찔러 중태에 빠뜨린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넷에선 이 학생의 범행을 놓고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으면, 정당방위로 선처하라’는 옹호론과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용인돼선 안 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8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사건은 지난 26일 오전 10시50분쯤 강원도 원주시 한 중학교 화장실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학교 학생 A군(15)은 같은 반 B군의 머리와 가슴을 수차례 찔러 중태에 빠뜨렸는데요.

경찰과 학교에 따르면 A군은 평소 B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에도 B군은 1, 2교시가 끝나자 A군을 화장실로 불러내 괴롭혔다고 하는데요. A군은 범행 전에 담임 교사를 찾아가 호소했지만 교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A군의 범행을 두고 논란이 한창입니다.

아무리 괴롭힘을 당했다고 해도 칼을 휘둘러 남을 해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와 달리 정당방위로 보고 최대한 선처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은데요.

관련 기사에는 “얼마나 괴롭힘 당했으면 저렇게까지 ㅜㅜ 안쓰럽다” “정당방위다. 처벌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죽 괴롬힘을 당했으면 그랬겠느냐” “칼부림은 너무 과한 행동이지만 그동안 상습폭행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까하는 동정심도 드네요”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2011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을 거론하는 네티즌들도 많았습니다.

조지 서베이드라. 방송화면 캡처

플로리다주 칼리어카운티에 살던 조지 서베이드라(당시 14세)라는 학생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딜런 누노(당시 16세)를 버스 정류장에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조지는 평소 딜런을 비롯한 여러 명의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에도 버스 안에서 조지는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딜런이 먼저 조지의 머리를 가격한 뒤 마구 때렸다고 하네요.

방송화면 캡처

조지는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이듬해 조지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신체적인 위협을 받을 경우 치명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의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라는 법조항을 들어 정당방위로 판결한 것인데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A군이 정당방위를 인정받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2년 전 불거진 ‘도둑 뇌사 사건’으로 정당방위 논란이 일자 우리 경찰은 당시 ‘정당방위의 기준’ 8가지를 제시했는데요. 그 기준을 보면 ▲방위 행위일 것 ▲도발하지 말 것 ▲먼저 폭력을 써선 안 됨 ▲가해자보다 더 심한 폭력은 안 됨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선 안 됨 ▲상대가 때리는 것을 그친 뒤 폭력을 쓰면 안 됨 ▲상대의 피해가 본인보다 심하면 안 됨 ▲전치 3주 이상 상해를 입히면 안 됨 등이 그것입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정당방위에 대한 판단이 매우 엄격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폭력을 제압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폭력을 용인할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