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파문이 치약으로 옮겨 붙었다.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유독물질이 아모레퍼시픽의 치약에 함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일었던 ‘파라벤 치약’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되지 않은 물질이 함유돼 회수 조치한 것으로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커진 불신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다.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에 함유된 CMIT·MIT(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돼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물질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한 동물실험에서 폐섬유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환경부는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유해성을 인정했다. 2012년 9월 환경부 고시를 통해 CMIT·MIT를 유독물질로 지정·고시하기도 했다.
반면 이 물질은 미국, 유럽 등에서 치약 보존제로 쓰이고 있다. 27일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은 치약에서 CMIT·MIT 성분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고, 유럽연합(EU)은 최대 15ppm까지 허용한다. 식약처는 “회수조치를 한 것은 의약외품에서 허용되지 않은 보존제를 사용한 절차상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영진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치약이 화장품으로 분류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치약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돼있다”며 “CMIT·MIT는 의약외품에 허용된 보존제 3개에 포함되지 않아 회수조치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치약의 유해성분 논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엄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14년 김재원 의원(현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내에서 허가된 치약의 3분의 2에서 유해 논란이 일고 있는 파라벤, 트리클로산이 함유돼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김 의원은 “해당 성분은 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거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적정기준을 두고 관리하고 있어 무해하다고 해명했지만 2년 가까이 지난 올해 6월에 고시를 통해 트리클로산의 치약 사용을 금지하고, 파라벤은 사용 기준을 강화했다.
치약에 포함된 CMIT·MIT의 유해성 우려는 여전하다. 임종한 인하대 작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 성분은 혈액순환을 통해 폐를 손상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꽤 많이 있다”며 “치약 속에 들어가 있는 CMIT·MIT도 결국 폐 손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치약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용품을 사용하면서 CMIT·MIT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다 치약에 CMIT·MIT 성분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한 과정도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식약처는 아모레퍼시픽이 제품 회수조치 사실을 통보한 후에야 해당 성분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원료 공급사는 CMIT·MIT가 유독물질인지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에 문제를 제기했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7일 국정감사에서 “국내에서 화학물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전혀 정보소통이 안 되고 있다”며 환경부가 독성정보를 잘 관리하는지 의문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심상배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28일부터 구매일자, 사용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해당 제품을 교환·환불해주기로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인체 무해하다면서 회수?” 치약 사태 불신키우는 정부
입력 2016-09-27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