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은 ‘國富’위해 꼭 필요...백운현 전 권익위 부위원장

입력 2016-09-27 14:55

“‘김영란법’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법입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의 입안에 참여했던 백운현(59·한국해양대 초빙교수)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백 교수는 “법 시행을 앞두고 혼란 등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잘 안다”며 “그러나 일반 상규에 대한 예외규정이 많아 업무나 행동이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위원장 김영란)에서 2011년 법안을 마련하게 된 동기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부(國富)’와 ‘국격(國格)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였다.

한 나라의 국부는 소셜 캐피탈(Social Capital·사회적 자본)과 GDP(국내총생산)로 평가된다. 한국의 경우 GDP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브라질 캐나다에 이어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대열에 포함된다.

그러나 국민들의 청렴도를 가름할 수 있는 소셜 캐피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부정 청탁과 알선 등 부정부패가 최하위를 차지한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푸트남(R. Putnam)은 소셜 캐피탈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력적 행위’를 촉진시켜 사회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신뢰’, ‘혜택을 주고 받는 일(Reciprocity)’, ‘시민참여의 네트워크’같은 사회조직의 속성, 혹은 사람들의 관계에 내재된 자본으로 정의했다.

당시 국민들의 의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무원 등 우리사회의 59.8%가 부패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들은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거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을 부패의 사례로 꼽았다. 기관장의 관용차를 기관장 부인이 이용하거나, 기관장 업무추진비로 가족들의 식사비를 계산하는 등의 행위가 이에 속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외국 기업인들도 거액의 식사비와 음주접대 등을 지적하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에 권익위는 스위스와 노르웨이 등의 부정부패방지법 등을 참고하고 공무원윤리강령과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수렴해 소위 ‘김영란법’의 입안에 들어갔다.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정(情)’ 문화였다. 학연 혈연 지연 등으로 얽힌 정문화가 우리만의 고유의 문화라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깔려 자칫 사회전반에 대한 위축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과 기업과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 사회전반에 만연한 불신풍조의 변화 등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더 높았다.

이에 공직자와 언론사,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청탁을 받고도 신고를 하지 않거나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에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한 ‘김영란법’이 만들어졌다.

백 교수는 “시행 초기에는 다소 위축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의 국부와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법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 법을 통해 공무원과 국민 등 모두가 당당하게 업무를 집행하고,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기업인이나 시민이 자신의 회사발전과 생업을 위해 공직자를 직접 만나 3만원 미만의 식사와 함께 민원을 제기할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고, 공직자와 민원이 모두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영향력이 있는 제 3자를 통해 청탁을 할 경우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다.

백 교수는 “이 법이 우리사회의 잘못된 질서와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모든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국부와 국격을 높이기 위해 법을 잘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행정고시 21회로 부산시에서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행정자치부 차관보,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