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해방촌의 상징 ‘108하늘계단’

입력 2016-09-26 17:41 수정 2016-09-26 17:49

해방촌의 상징이 된 ‘108하늘계단’은 두 길로 나뉘어 가운데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후암동 마을버스 종점 로터리에서 바라본 ‘108 하늘계단’.

이범선은 ‘오발탄’에서 양심이란 가시를 빼어 버리지 못한 채 가족들의 비극적인 삶을 바라보는 주인공 철호를 통해 전후 엄혹한 현실 속에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을 묻는다. 작가는 양심을 손끝의 가시와 같다고 말한다. 빼 버리면 아무렇지 않는데, 그냥 두면 건드릴 때마다 아파서 놀라게 되는 가시 말이다.

“저도 형님을 존경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형님은 약한 사람이야요. 용기가 없는 거지요. 너무 양심이 강해요. 아니 어쩌면 사람이 약하면 약한 만치 그만치 반대로 양심이란 가시는 여물고 굳어지는 것인지도 모르죠. 빼어버리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공연히 그냥 두고 건드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거야요.”(‘오발탄’ 중에서)

남들은 가난을 참지 못한 채 양심 따위를 훌훌 털어버리고 법을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면서 잘들 살아가고 있는데 철호는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난한 생활을 그저 운명처럼 수용한다. 소설은 양심적이고 선량한 주인공이 궁핍 때문에 결국 파탄 지경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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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