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 횡포 막겠다” 보험감독규정 개정···효과는 ‘글쎄’

입력 2016-09-26 16:58

한 대형보험사 소속의 보험설계사 A씨는 올해 초 보험대리점(GA)로 옮긴 뒤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자신이 몸담아 온 보험사가 “당신의 고객에게선 가입을 받지 않겠다”며 등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GA로 옮겨가는 설계사가 워낙 많아 일정기간 등록을 유예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A씨는 “판매왕으로도 여러번 선발될 정도로 수십년간 일해온 회사가 내게 이런 불이익을 준다고 하니 가슴이 턱 막혔다”고 토로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설계사가 줄어들고 GA설계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 GA설계사 숫자는 2012년에 이미 생보사 소속 설계사를 넘어섰고, 지난해 말 기준 19만명에 이르러 생보사와 손보사 소속 설계사를 합친 숫자와 맞먹는 규모로 성장했다. A플러스에셋, 글로벌에셋코리아(GAK)같은 초대형 GA의 영업력은 중소형 보험사를 뛰어넘었다. 생보사들이 100인 이상 규모의 GA 188곳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연간 3000억원 수준이다.

  대형GA들은 그동안 영업력을 무기로 보험사들에게 임대료나 현금 대출 등 과도한 지원을 요구해왔다. 대신 GA는 고객들에게 특정보험사의 상품을 추천하는 식으로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했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새로운 감독규정을 도입했다.

 소속 보험설계사 100인 이상의 대형 보험대리점(GA)은 내년 4월부터 보험사에 수수료와 수당 외에 일종의 리베이트성 대가를 요구하기만해도 처벌 받는다. 500인 이상의 GA는 고객에게 3종 이상의 보험을 비교설명해야 한다. 2019년 4월부터는 대형GA가 보험사에서 사무실임대료 등을 지원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보험업감독규정을 27일 공포,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금융위는 “불공정행위 규제를 강화해 대형GA의 업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유예기간이 길고 편법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어 이같은 관행이 근절될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개정 보험감독규정에 따르면, 현재는 500인 이상의 GA에게만 적용되는 준법감시인 지정제도와 경영지표‧불완전판매비율 공시 의무가 100인 이상의 GA에게도 적용된다. 2019년 4월부터는 100인 이상의 GA가 보험사에 새로운 보험계약을 일정수준 이상 모집하는 조건으로 사무실 등의 임차료나 대여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또 500인 이상의 GA는 고객에게 보험을 설명할 때 비슷한 보험상품 3개 이상(3개 미만일 경우 모두)을 비교설명하고 설명내용에 대한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매달 보험계약의 20% 이상을 제대로 판매했는지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가장 민감한 임차료 지급 금지는 이미 금융위가 자율협약의 형태로 보험사들이 시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자율협약 시행 이후 보험사들과 GA간에 크고작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중형보험사는 지난 6월 서울의 GA사무실을 불시에 찾아가 임대료 지급 내역이 담긴 회계장부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임대료가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부당하게 편취한 금액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보험사는 GA사무실의 임대보증금도 빌려주고 있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자율협약을 근거로 했지만 GA와의 충돌이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개정 감독규정은 2019년 4월부터 이같은 임대료 지원을 포함해, 보험판매 수수료와 수당을 제외한 일체의 지원을 금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부 GA는 현재의 임차계약이 해소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유예기간을 3년가까이 두게 되었다”며 “이 기간 전에도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해 부당한 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대리점협회 남태민 전무는 “GA의 규모가 커진 만큼 그게 걸맞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지도점검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규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이같은 편법 영업이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대형GA들이 지점별로 개별 법인으로 등록하고 외형으로만 통합하면 소속 설계사를 100인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또 중소형보험사들이 환경변화에 걸맞는 마케팅이나 상품개발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다시 편법이 판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GA지원을 줄여가고 있지만, 제도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편법을 찾는 움직임이 벌써 감지되고 있다”며 “제자리를 찾아가려면 과도기를 거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