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수학포기할듯” 너무 어려운 초등 수학익힘책

입력 2016-09-27 00:05

‘1부터 9까지의 숫자 카드 중에서 4와 6을 뽑아 64를 만들었습니다. 남은 카드와 ‘-(빼기)’ 카드를 이용해 64가 되는 식을 모두 만들어 보세요.’

내년부터 초등학교 2학년이 사용할 2학년 1학기 수학익힘책 교과서 현장검토본에 있는 두 자릿수 뺄셈 문제다. 이 문제를 초등학교 3학년 학생 623명에게 풀도록 했더니 32명(5.14%)만 정답을 맞혔다. 3학년도 대부분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2학년에게 풀라고 하는 꼴이다. 수학익힘책은 주로 학생 혼자서 공부하거나 복습에 사용하는 교과서다. 현장검토본은 정식 교과서 이전 단계인 일종의 사전 테스트용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초등학교 1·2학년용 ‘2015 개정 수학’ 교과서와 수학익힘책 현장검토본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문제가 수업시간에 배우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26일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과 함께 지난 20일 4개 초등학교 3학년 학생 623명에게 수학익힘책에서 어려운 문제라고 표시된 문제 20개를 뽑아 풀게 했다. 학생들은 평균 29.7점(100점 만점)을 받았다. 20문제 가운데 6문제밖에 맞히지 못했다. 0점을 받은 학생도 4명 있었다.

20개 문제의 정답률을 1개 문제(정답률 81.4%)를 제외하고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2학년 1학기 수학익힘책에서 추출한 16문제의 평균 정답률은 27.0%에 불과했다. 1학년 1학기 수학익힘책에서 출제한 4개 문제의 정답률은 40.8%였다.

정답률이 5.14%로 가장 낮은 문제는 2학년 1학기 수학익힘책에 실린 두 자릿수 뺄셈이었다. 이 문제와 비슷한 두 자릿수 덧셈 문제도 정답률이 10.6%에 그쳤다. 3학년 1학기엔 세 자릿수 덧셈, 뺄셈을 배우기 때문에 두 자릿수의 덧셈, 뺄셈 문제는 손쉽게 푸는 게 정상이다.

도형 문제에서도 정답률은 높지 않았다. 네덜란드 국기를 제시하고 ‘사각형의 수는 모두 몇 개일까요’라고 물은 문제의 정답률은 15.8%였다. 3학년 학생들은 ‘여러 가지 도형’ 단원을 두 차례나 배웠지만 대부분이 2학년 1학기 과정의 문제를 풀지 못했다.

때문에 수학익힘책 난이도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은 어렵고 난해한 문제가 나온다면 학생들이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되기 쉽다”며 “결국 부모들은 사교육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