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의장 잇단 강온 전략, 왜?

입력 2016-09-26 17:26 수정 2016-09-26 18:49

정세균 국회의장이 집권 여당을 상대로 강온(強穩) 양면 전략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정 의장은 미국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점을 지적했던 20대 첫 정기국회 개회사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에서 소신 결단으로 새누리당을 궁지에 몰았다. 하지만 해결과정에선 먼저 한 걸음씩 물러나며 여야 모두를 예상치 못한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를 두고 협상을 우선하는 의회주의 신봉자답다는 평가와 수위 조절 실패로 코너에 몰려 내놓은 고육지책이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 의장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의 녹취록 공개에 따른 논란이 커지자 26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게 국정감사 일정을 2~3일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당장 친정인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까지 열고 국감을 정상 진행키로 했는데 어떻게 의원들을 설득하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이를 수용하면서 야권은 또 눈치싸움을 벌여야 했다. 새누리당도 난처한 입장이다. 국감 일정까지 미루며 복귀를 요구하는 데도 거부할 경우 민심이 돌아설 수 있어서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정기회 개회사에서도 사드 배치 발언으로 새누리당이 의장실까지 점거하자 사회권을 박주선 국회 부의장에게 넘기는 것으로 타협하고, 의사일정을 정상화했다. 새누리당은 복귀 명분을 얻었지만 이를 끝까지 반대했던 더민주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추가경정예산 등 협상 주도권을 상당부분 상실하게 된 탓이다.
 이들은 모두 정 의장의 결정→새누리당의 반발→정 의장 양보→더민주 반발 과정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이 ‘과격’ 행동을 하면 정 의장이 양보하고, 협상 비교 우위를 점하려던 더민주가 반사 피해를 보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회사 파동은 정 의장의 결자해지 차원, 해임건의안 문제는 여당의 국감 보이콧만은 막자는 차원에서 양보한 것”이라며 “대화의 끈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민심이 상당부분 새누리당에서 이반해 야권이 실리를 챙긴 만큼, 복귀 명분은 내줘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이란 해석도 있다. 야권이 ‘완승’ 욕심을 버리고 협상에 나서도록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새누리당이 정 의장을 의회주의 파괴자로 지칭하듯 의장이 ‘선수’로 나섰다가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육지책이란 의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