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26일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의 총수인 신동빈(61) 회장에 대해 1700억원대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18시간이 넘는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당시 신 회장은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비자금 조성은 모른다” “범죄 의도가 없다”는 식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신 회장을 조사한 이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고민해 왔다. 수사팀은 신 회장 영장청구를 주장했지만, 검찰 안팎에서 ‘신 회장 구속에 따른 롯데그룹 경영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과잉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수사팀을 압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신 회장의 범죄혐의가 중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해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 손실을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거나 특정 계열사의 자산을 헐값에 이전하는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뒤 수년에 걸쳐 100억원대 급여를 받은 혐의(횡령)도 있다.
검찰은 이 외에도 신 회장이 롯데건설,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거나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총수 일가의 횡령·탈세에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