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누가 키우라고?”
광주 북부경찰서는 26일 거동이 불편한 1급 중증 장애인의 현금 등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우모(48)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우씨는 지난 23일 밤 9시17분쯤 광주 북구 비엔날레 주차장 인근 나모(65)씨의 주택에서 현금과 수표 등 8000여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경찰은 한쪽 다리가 절단돼 혼자 움직이기 힘든 나씨가 얼마 전 키우던 소 10여 마리를 팔아 거액의 현금을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우씨는 축사에 딸린 사택에서 생활하는 나씨가 소 사료를 주기 위해 안방을 비운 사이에 문창살을 부수고 현금과 수표를 담은 비닐봉지 등을 전광석화처럼 꺼내 달아났다.
경찰은 우씨가 그동안 축사에서 이따금 일당을 받고 일을 도우며 소를 키우는 나씨의 축사 사정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씨는 얼마 전 소를 판 돈을 옷으로 싸서 비닐봉지에 담아 안방에 보관 중이었다.
우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중중장애인 나씨가 재빨리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포터차량 열쇠와 휴대전화 등도 함께 훔친 뒤 숲 속에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소들에게 사료를 준 뒤 돌아온 나씨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현금 등이 없어진 사실을 금세 깨닫고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1㎞ 이상 떨어진 동네 주유소까지 이동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범행 이후 우씨는 24일 밤 9시 운암동 동운고가 밑에서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운암동 H유흥주점에서 훔친 돈 중 수십만 원을 유흥비로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금 5000만원을 제외한 수표 3000만원은 비엔날레 주차장 화장실 주변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축사에 설치된 CCTV에서 나씨의 신원을 파악하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우씨를 신속히 검거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소는 누가 키우라고? 소 키우는 중증장애인 전 재산 훔친 40대 남자
입력 2016-09-26 09:33 수정 2016-09-26 0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