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젊은 투수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졌다.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하는 과정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그 끈질긴 삶을 마운드에서 불태웠던 마이애미 말린스의 투수 호세 페르난데스(24)가 보트 전복사고로 사망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6일 페르난데스의 부고를 전하면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마이애미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를 취소했다. 마이애미는 기자회견을 열고 페르난데스의 죽음을 애도했다.
돈 매팅리 감독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눈물을 쏟으면서 “페르난데스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와 함께 할 땐 기쁨으로 가득했다”고 기억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오전 마이애미 해변에서 3명의 남성이 탑승한 보트가 바위에 부딪힌 뒤 전복됐다. 탑승자는 모두 보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한 명은 페르난데스였다.
페르난데스는 1992년 쿠바 산타클라라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가 바라본 곳은 미국이었다. 네 차례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했고, 16세였던 2008년 가족과 함께 멕시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서 세 번의 망명 시도에서 붙잡혀 감옥살이를 했고, 네 번째 시도 중 밀항선에서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물로 뛰어들어 죽을 힘을 다해 건져 올렸다. 끈질긴 삶에 대한 의지는 아메리칸드림으로 이어졌다.
새아버지의 도움으로 쿠바에서 최고의 투수코치로 활약했던 올란도 차이니의 지도를 받았다. 고교 리그에서 13승1패 평균자책점 2.35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4순위로 마이애미의 지명을 받았다.
페르난데스는 최고 시속 159㎞의 빠른 공과 커브를 앞세워 두 시즌 만에 마이너리그를 평정했고, 2013년 4월 8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했다. 그해 12승6패 평균자책점 2.19을 기록하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류현진(29·LA 다저스)은 경쟁자 중 하나였다.
페르난데스는 오른 팔꿈치 부상과 토미존수술로 힘겨운 시간도 보냈다. 2014년 4승(2패) 지난해 6승(1패)을 수확했다. 올해 재기에 성공하면서 16승8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게 페르난데스의 마지막 기록이 되고 말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