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뉴스] “훈육 어디까지 해봤니?” 학대와 교육의 차이

입력 2016-09-26 00:18 수정 2016-09-26 16:26
사진=페이스북 캡처

부모는 쉽게 착각을 합니다. 자식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은 어느 순간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교육이나 훈육을 명목으로 아이에게 도를 넘긴 체벌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남들이 볼 땐 헉 소리 나는 ‘아동학대’ 느낌이 들 정도로요.

최근 화제가 됐던 미국 사례를 하나 소개해 볼까 합니다. 지난 19일 미국 텍사스 주 클리브랜드에 위치한 월마트. 그곳에서 ‘에리카 버치’라는 한 여성이 아동학대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이날 버치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사기 위해 남편과 함께 마트에 왔죠.

사진=페이스북 캡처

그런데 그곳에서 한 남성이 여자 아이의 머리카락 끝부분을 쇼핑 카트에 올려놓은 채 손잡이를 잡고 카트를 밀고 갔습니다. 여자아이는 이 남성에게 애원했죠. “제발 그만하세요.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라면서요.

아이 아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잡은 채 카트를 끌고 다녔습니다. 보다 못한 버치씨는 사진을 찍은 뒤 다가가 “뭐하는 짓이냐”고 따지며 아이의 머리카락을 놔줄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남성은 되레 “당신 일에나 신경 써라. 나는 이런 방식으로 잘 자랐다”며 무시했죠.

버치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곧바로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에게서 눈으로 보이는 외상이 없으면 가정 폭력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아이와 아빠를 돌려보냈습니다. 분노한 버치씨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사진은 25일 현재까지 24만건이 넘는 공유가 이뤄지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사회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아동보호국(CPS·Child Protective Services)에서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죠. 경찰도 늦었지만 조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사진=네이버 백과사전 캡처

훈육이냐 학대냐를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진 거죠. 훈육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아이가 얼마나 난동을 부렸으면 그랬을까” “마트에서 아이를 통제 못해 주위에 폐를 끼치는 것보다 낫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학대라고 주장한 이들은 “아이가 잘못했다고 말했는데도 놔주지 않은 건 학대다” “체벌이 가혹하면 엄연히 학대에 해당된다” “아이한테도 인격이 있는데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건 정상은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맞섰죠.

학대라고 주장한 이들은 해당 사건을 아동보호국에서 조사한다는 소식에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들이 왕왕 있지만 그때마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격리도 안 돼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국내에도 아동학대 전문기관들이 있지만 경찰이나 검찰 같은 사법기관이 아닌 이상 조사권한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 참 많죠.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월 우리사회를 경악시켰던 고(故) 신원영(당시 7세)군 사건입니다. 떠올리기 끔찍한 그 사건을 회상해보면 이렇습니다. 원영이 남매는 2013년 말, 추운 겨울 얇은 옷을 입고 동네를 배회하다 지역아동센터 직원에 의해 발견됩니다. 당시 아버지 신씨는 계모 김씨와 동거 중이었으며 전 부인이자 원영이 남매의 친모와는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죠. 지역아동센터장은 친부와 면담 후 두 달 간 개인적으로 남매를 보살폈습니다. 센터장은 추천서로 남매를 센터에 정식 등록시키기도 했죠.
사진=뉴시스

그 무렵 아버지 신씨와 친모가 양육 거부 의사를 밝혀 남매는 아동보호시설에 정식 입소 절차를 밟았죠. 석 달 간의 기다림 끝에 남매가 시설에 배정받게 된 순간, 아버지가 돌연 태도를 바꿨습니다. 직접 양육하겠다며 입소를 거부한 거죠. 외관상 학대 정황이 부각되지 않았던 상황이었기에 강제분리를 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때 만약 입소했다면 원영이는 천사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겠죠.

이 같은 원영이의 비극은 지금도 어디선가 발생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훈육, 또는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말이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80%는 가정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최근 의심신고도 늘었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끔찍했던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져 신고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물론 부모로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 체벌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도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내가 이 아이보다 강하기 때문에 내 생각과 행동을 강요하는 건 아닐까 의심해 봐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이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나보다 약한 존재일리는 없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크고 강해집니다. 부모는 늙고 약해지죠. 지금 아동 학대를 하는 모든 사람들은 아이와 내가 역지사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