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번역기가 특정 영어 구문을 입력하면 ‘sex’를 ‘위안부’로 해석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네이버 측은 공식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소극적인 대처”라는 비난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는 네이버 번역기에 ‘let's have sex story’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위안부의 이야기 합시다’라는 해석이 나온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같은 문장에서 ‘story’를 다른 단어로 바꾸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적었다.
해당 글은 삽시간에 SNS로 확산되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국내 최대 포털기업에서 이런 실수를 해도 되는 거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sex's’를 넣어도 ‘위안부’로 번역된다고 댓글로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네이버 메신저인 라인에서도 영어통역 기능을 사용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며 분노했다.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24일 를 통해 사과했다. 네이버 측은 “번역기가 학습한 데이터 중에 ‘Japan's sex slavery’를 ‘일본군 위안부’로 번역한 데이터가 있었으며, 통계적 기계번역 방식에 따라 자동으로 구문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s sex’ 가 ‘위안부’로 오번역되여 발생한 오류였다”고 해명했다.
네이버는 이어 “통계적 기계번역 방식은 학습데이터를 통계와 확률에 의해 자동으로 분류를 하기 때문에 번역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지만, 이번 번역 오류에 대해 저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학습 데이터를 재점검하고 민감한 단어가 포함된 경우 필터링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보다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블로그에만 사과문을 올리는 것이 성의 없다는 비난이다.
사과문 밑에는 “그저 사건을 묻기에만 급급한 건가” “이건 그냥 블로그에 올리고 끝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네이버 메인에 박아놓든지 SNS에 공개적으로 올려놓든지 해야 한다” 등의 날선 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 현재 네이버 번역기가 ‘위안부’를 ‘comfort women’이 아닌 ‘enforced sex slave’로 번역하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enforced sex slave’는 본래 ‘강제적 성노예’를 뜻한다.
이 두 단어의 의미를 구분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용어는 강제적인 동원 방식이나 제도의 폭력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엔은 이미 1996년 2월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부터 ‘위안부’(comfort women) 대신 ‘강제적 성노예’(enforced sex slave)라는 용어를 공식 문서에서 사용하고 있다.
구글 번역기 역시 ‘위안부’는 ‘comfort women’으로, ‘강제 성 노예’는 ‘enforced sex slave’로 번역한다.
한편 네이버 번역기는 2014년에도 영어로 독도(dokdo)를 입력하면 ‘다케시마’로 해석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에도 네이버는 통계적 기계번역의 오류라고 해명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