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선과 채찍 전시한 흑인역사박물관 개관… 눈물 흘린 오바마

입력 2016-09-25 15:36 수정 2016-09-26 08:24
지난 24일 워싱턴DC에서 공식개관한 미국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 AP뉴시스

미국 워싱턴DC 한복판에 24일(현지시간)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이 공식 개관했다.

지독한 흑인 차별의 역사를 기록한 박물관이 국가 주도로 수도 한복판에 들어선 것은 미 흑백 갈등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불편한 진실’을 숨기지 않고 영원한 역사적 기록으로 남긴 미국사회의 용기가 돋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흑인박물관은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과 항공우주박물관이 있는 ‘내셔널 몰’ 단지에 들어섰다. 수도를 상징하는 워싱턴기념탑에서 가장 가까운 박물관이다. 총공사비 5억 4000만 달러(약 5960억원)를 들여 2만여㎡ 부지에 연면적 3만7000㎡에 마련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서 초창기 흑인교회에서 사용된 종을 함께 울리는 것으로 박물관 개관을 공식화했다. AP뉴시스

전시품은 노예와 맞바꾸던 교역품, 노예선, 노예를 때리는 채찍, 미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토마스 제퍼슨 전 대통령이 거느렸던 수백명의 노예 명단, 흑인과 백인 좌석이 구분된 객차 등 3만6000점이다.

우울한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로큰롤의 전설 척 베리를 비롯한 대중문화 형성에 영향이 컸던 흑인과 성공한 흑인 기업가, 정치인, 운동선수의 발자취도 담겼다.

지난 2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 AP뉴시스

독립전쟁을 도운 흑인 참전용사가들은 1915년부터 박물관 건립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2003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건립을 승인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예산을 처음 확보해 공사가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관식 연설에서 “흑인박물관에서는 고통과 함께 기쁨을, 두려움과 동시에 희망을 볼 수 있다. 이제 황무지 같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약속의 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 그는 연설 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 연설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뉴시스

 박물관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흑인 사살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개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이 박물관이 총기 폭력을 사라지게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사회가 나아질 것이라는 ‘진보’의 정신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 연설을 할 때 미셸 오바마 여사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AP뉴시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