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일가족 변사·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25일 실종된 막내 아들 류정민(11·초등4)군을 다시 찾아 나섰지만 중요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류군을 찾는데 애를 먹으면서 이 사건의 수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25일 류군을 찾기 위해 오전 9시부터 경찰관 70여명과 의경 3개 중개(190여명)를 동원해 수성구 범물동 일대와 경북 고령군 고령교 낙동강변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낮 12시56분쯤 수성구 범물동 한 아파트에서 이 집에 사는 류모(26·여)씨가 숨진 채 베란다 붙박이장 속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류씨의 시신은 이불과 비닐에 싸여있었다. 류씨는 숨진 지 상당 기간이 지나 부패가 심한 상태였다.
류씨가 발견되기 전날인 지난 20일에는 경북 고령군 부근 낙동강변에서 류씨 어머니 조모(5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조씨의 주거지를 조사하다 류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평소 우울증세를 보인 조씨가 류씨 시신을 장기간 방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조씨에게 별다른 외상이 없고 휴대전화, 현금 등이 든 가방도 소지한 상태였던 점으로 미뤄 조씨가 스스로 묵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류씨의 시신에서도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백골 상태로 오랜 시간이 흘러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모녀 모두 유서가 없고, 휴대전화 통화기록에서도 별다른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문제는 류군이다. 류군은 지난 9일 조퇴한 뒤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류군은 지난 15일 거주지 아파트에서 어머니 조씨와 함께 나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후 행적이 묘연하다. 경찰은 두 사람이 택시를 타고 고령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집에서는 류군이 쓴 것으로 보이는 메모 형식의 유서도 발견됐다. 류군은 홈스쿨링을 하다 이번 달부터 학교에 나왔지만 출석일은 5일 정도였다. 경찰은 지난 23일 류군을 찾는 수배전단을 배포하고 공개수사에 나섰다.
조씨 모녀는 이웃들과 교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이들의 사정을 조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씨는 8년 전 이혼 한 후 딸, 아들과 함께 지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