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뒤편에 단락흔” 쌍문동 아파트 화재 원인은 합선

입력 2016-09-24 21:02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국민일보DB

24일 새벽 일가족 3명이 숨지고 가족과 주민 등 17명을 다치게 한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화재가 전기 합선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화재감시팀·도봉소방서 등과 함께 1차 현장 감식을 벌인 결과 배선에서 일어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1차 감식결과 거실의 텔레비전 장식장 뒤편 배선에 열이 나서 전선이 끊어진 단락흔 현상이 발견됐다”며 “불도 거실에서 방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큰아들 이모(21)씨는 경찰 조사에서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러 나갔더니 동생이 빨래 건조대에 널려있던 옷으로 불을 끄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동생 이모(16)양의 목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 노모(46)씨와 함께 이불로 불을 끄려고 노력했다. 불이 빠르게 번지자 이씨는 어머니와 함께 현관문으로 대피했다. 아버지 이모(44)씨와 큰딸과 막내딸(14)은 베란다로 피신했다.

이씨는 속옷 차림으로 간이 소방전 소방호스로 불을 끄려고 했지만 불길은 막지 못했다. 이씨는 몸에 화상을 입고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다.

베란다에 갇혔던 아버지와 막내딸은 탈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큰딸은 화마를 피해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전 8시쯤 끝내 숨졌다.

어머니 노씨는 연기를 많이 마신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들 이씨는 화상을 입고 호흡기 치료 등으로 2주 정도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화재는 이날 오전 4시35분쯤 아파트 13층에서 시작돼 약 1시간9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15명의 이웃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25일 오전 11시부터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 기관과 함께 정밀 합동 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