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전날 대정부질문 도중 자정이 가까워오자 의장 직권으로 차수변경을 선언하며 대정부질문을 강제 종료시켰다. 이어 해임건의안 상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자,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에 다가가 “야!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외친 뒤 동료 의원들을 데리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정 원내대표는 곧바로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그는 “국회법을 정면으로 아주 거리낌없이 위반한, 우리 헌정사에 너무도 치욕적인 오점을 남긴 국회의장”이라고 정 의장을 비난하면서 “앞으로 국회의장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냥 평의원이다.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 헌정사, 의회 민주주의에 치욕적인 오점을 남긴 날”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일 때까지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 사임을 의원들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김세연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단상에 올라 “이런 어려운 시점에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잘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어려운 시기에 당이 구심점 역할을 계속 할 필요가 있다”며 정 원내대표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현 대표도 정 원내대표를 격려했고, 의총장에 있던 의원들은 박수로 사실상 정 원내대표를 재신임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르면 오는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정국 상황과 국회 일정 중단에 따른 새누리당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