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6시간…한살 여아 마취만 2번하고 응급실에서 밤새 고통받아

입력 2016-09-23 11:28 수정 2016-09-23 15:06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은 한살배기 여자아이를 마취만 2번 하고 6시간여 동안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전북 모 병원의 ‘갑질’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경기 김포에 사는 강모(34·여)씨는 지난 9일 밤 11시쯤 생후 12개월 된 딸을 안고 황급히 모 병원 응급실에 가야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익히던 딸이 넘어지면서 친정집 방 한 켠의 수납장 모서리에 세게 부딪혀 눈가가 찢어졌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날 부모님을 찾아 뵙기 위해 남편과 함께 귀향한 강씨는 별 수 없이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됐다. 금이야 옥이야 키우던 딸의 눈가에서 피가 철철 흐르자 깜짝 놀란 강씨는 옷도 입는 둥 마는 둥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서둘러 응급실에 도착했다. 강씨는 1분이 한 시간처럼 길게 느껴질 만큼 마음이 조급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강씨는 40~50분 만에야 응급실 당직자로 보이는 인턴 의사가 딸의 눈가를 소독하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울음을 그치지 않는 딸이 행여나 응급실 다른 환자들에게 소음피해를 줄까봐 강씨는 응급실 밖에서 딸을 어루만지고 돌봤다. 하지만 그뿐 이었다. 소독을 마친 인턴은 “스텝에게 보여야 한다”며 상처부위를 찍었다. 그리고 다시 별 설명도 하지 않고 “마취를 해야 한다”고 어머니 강씨에게 통보했다.

강씨와 가족들은 “왜 정밀 진단도 하지 않고 마취부터 하느냐”고 따졌지만 의사 조치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병원 측은 상처 사진을 영상으로 본 담당의사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석연치 않았다.

강씨는 딸의 눈가 6곳에 주삿바늘이 고통스럽게 꽂히는 마취 장면을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마취한 지 30분쯤 지나자 다시 수면안정제를 먹여야 한다고 했다. 아기를 재워야 상처를 꿰매는 등 치료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구토까지 하는 딸에게 억지로 수면안정제를 먹였지만 병원 측은 “담담의사에게 연락했는데 아직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납득이 되지 않은 강씨 등은 “응급실에 도착한 지 4시간이 지났는데 치료를 받은 게 하나도 없다”며 병원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런데도 간호사는 “담당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후 2시간이 더 흘러 2번째의 마취가 풀릴 때까지 6시간 넘게 병원 측이 해준 것은 소용도 없는 마취와 형식적 상처 소독뿐이었다. 참다 못한 강씨 등은 10일 새벽 5시 40분쯤 병원 응급실을 나와 오전 8시에 진료가 시작되는 인근 개인병원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밤새 응급실에서 시달린 조 양은 다시 처음부터 개인병원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병원 측의 횡포에 억울함을 느낀 강씨의 남편 조씨가 10일 이 같은 사연을 SNS에 올리자 그동안 1만4000여명의 누리꾼이 이를 읽거나 공감을 표시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SNS에는 '의사가 외출하거나...술마셨거나...집에 있었겠군요' '인턴은 오더를 내리는 의사가 아니다. 실명이라도 하면 누가 책임지냐'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에게는 모든 게 위급상황이다' 등 병원 측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게 된 병원 관계자는 강씨 등에게 사과하고 당직을 섰던 인턴 의사 등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병원 김모 고객지원팀장은 “여아는 당시 눈가가 1㎝ 정도 찢어진 경미한 환자로 응급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여아의 아버지에게 김포까지 가서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멀다고 오지 말라고 해서 익산 처가를 다시 방문하는 다음주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