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으로 보이는 창구 옆에서 은행원들이 줄지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머리 위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을 독려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왼쪽 상담창구로 표기된 유리 칸막이 위로 IBK기업은행의 로봇 캐릭터 ‘기은센’의 모습이 보인다.
이 사진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기업은행 지부 모습이라며 22일 공개한 것이다. 금융노조는 “사측이 총파업 참여 명단을 제출하라며 퇴근도 막고 반감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기업은행 대부분 영업점에서 발생했다”면서 “직원들 제보사진에 분노와 울분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했다.
초점이 흐릿한 다른 사진에서도 직원들이 한데 몰려있는 가운데 전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일사불란함이 느껴지는 ‘반감금’ 주장 사진이다. 뒤편으로 역시 기업은행 캐릭터 ‘기은센’과 환율 표시판 등이 엿보여 은행 지점임을 짐작케 한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측은 “선정적 사진만 취합해 금융노조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밝혔다. 직원들이 감금당하는 상황은 아니었으며, 자율적 토론을 진행하는 분위기였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연출 사진으로 보여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23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총파업 선포식을 열고 하루짜리 파업을 진행한다. 다음은 22일 금융노조가 보내온 은행원 ‘반감금’ 주장 자료 전문.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22일 저녁 기업은행 지점 곳곳에서 사측이 “내일 총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명단을 제출하라”며 은행원들을 퇴근도 안 시키면서 반감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22일 오후 8시 현재 이같은 불법 파업방해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된 곳은 기업은행 불광동지점, 종로지점, 중곡동지점, 중곡중앙지점, 서소문지점, 동대문지점, 목동PB센터, 반포지점, 강남구청역지점, 일산덕이지점 등이며 노조 측은 대부분의 기업은행 영업점이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가 제보한 사진은 충격적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억울하고 분에 찬 표정으로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고, 일부는 얼굴을 파묻고 좌절한 모습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파업 참가자 명단을 제출하라며 퇴근까지 못하게 하는 비상식적 작태는 9.23 총파업에 참여하는 금융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파업을 깨뜨리려는 중대한 불법 범죄이자 인권침해”라며 “특히 전 영업점에서 동시다발로 똑같은 퇴근 저지 감금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은행 경영진들의 총파업 파괴 공모가 있지 않았던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전 영업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초유의 반감금 사태를 막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상태다. 금융노조도 해당 불법 반감금 행위의 채증 독려와 언론 제보, 경영진에 대한 강력 항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금융노조 측은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조합원들의 반감금 상태를 푸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번 사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9.23 총파업 후 관련된 모든 사측 관계자들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분명하게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시중은행 곳곳에서 부당노동행위가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에서는 부행장급 임원이 ‘조합원 중 단 한 명도 파업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조합원들을 겁박한 것이 확인됐으며, 대부분의 은행에서 지점장급 관리자들이 조합원들을 1:1 면담하며 총파업 불참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는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이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방침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