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성경 필사 두루마리, 컴퓨터 기술로 깨끗하게 구현

입력 2016-09-23 00:14 수정 2016-09-23 08:43
이스라엘 사해 서쪽 해안에 있는 한 유대교 회당 궤짝에 삭아버린 두루마리 하나. 양피지로 만들어진 이 두루마리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손이 닿으면 부서질 정도로 삭아있었다. 이를 발견한 고고학자들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모셔둘 수밖에 없었다. 50년이 지난 뒤, 이 두루마리를 읽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사진=NYT 홈페이지 캡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켄터키대학 컴퓨터학과 연구진이 1970년 사해 근처 엔게디에 있는 고대 유대교 회당의 성궤에서 발견한 두루마기 경전을 해독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예루살렘 학자들과 컴퓨터 스캔 장비를 이용해 두루마리를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했다.

사진=뉴시스

판독 결과 두루마리는 2000여년전 만들어졌고 마소라 성경(Masoretic Text) 구절과 동일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마소라 성경은 히브리어로 된 유대교 경전으로 구약성경의 바탕을 이루는 기독교 초기 경전이다.

디지털 영상으로 풀어낸 두루마리의 글자는 깨끗하게 되살아났다. 이스라엘 문화재국 ‘사해 두루마기 프로젝트’ 총책임자인 프니나 쇼어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극찬했다.

구약 레위기의 첫 두 장이 자음만을 이용한 히브리어로 적혀 있었다. 고대 유대인은 모음 없이 자음만으로 이루어진 히브리어 문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첨단 컴퓨터 스캔을 이용한 고문서 판독이 향후 같은 유물의 비밀을 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 헤르쿨라네움(Herculaneum·에르콜라노) 지방에서 발굴된 300여종의 고문서를 읽는 데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헤르쿨라네움 고문서는 79년 베스비오 화산 폭발 당시 손상을 입었지만 현재까지 보존돼있다.
  
W 브렌트 실즈 켄터키대학 연구진은 이탈리아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 지방에서 발굴된 고문서들을 복원하겠다는 염원으로 지난 13년 동안 이 작업에 매달렸다고 NYT는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