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롯데제과에서 퇴사한 장모(42)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1억7000만원대 소송을 당했다. 13년 전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장씨는 2013년 9월 서울 한 영업소 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본사의 실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2년여 만에 퇴사했다.
이후 회사는 “장씨가 가짜 매출과 덤핑 판매 등으로 차액(부족금)을 발생시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제과업계 영업사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이른바 ‘비정상 판매’ 소송과 같은 맥락이었다. 영업사원들은 판매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이런 ‘변칙 판매’를 하고, 퇴사 후 소송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장씨는 영업직이 아니라 ‘관리직’이었다. 거래처를 상대하지 않고, 소속 영업사원들의 실적만 관리하면 됐다. 회사 측은 “장씨는 부족금을 발생시켰을 뿐 아니라 영업사원들 명의로 제품을 출고하고 이를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소장이 된 후에도 영업사원처럼 영업을 뛴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영업소장의 영업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장씨는 “내 명의로 된 부족금의 발생 경위를 숨기기 위해 회사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영업사원들이 실적을 맞추기 위해 허위 출고한 제품을 창고에 보관할 수 있게 공간을 내줬을 뿐이고, 횡령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업사원 시절 장씨는 실적이 우수한 사원에 속했다고 한다. 회사가 선발하는 해외연수도 수차례 다녀왔고, 2013년 4월 연간 판매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영업소장이 되면서 기존의 비정상적 판매 방식을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며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며 느끼는 고충과 비애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영업소장은 본사-지사장-각 지사-소속 영업사원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의 중간 단계였다. 장씨에 따르면 지사장은 영업소장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XX놈처럼 하지 말라’ ‘XX놈한테는 몽둥이가 약’ 등의 폭언을 했다. 매일 실적 보고를 요구받았고, 실적이 미달한 영업소장은 버티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한다. 장씨는 “본사의 매출 목표를 지키기 위해 영업사원에게 무리한 영업을 강요하느니 내가 직접 영업을 뛰는 수밖에 없었다”며 “영업사원을 압박하고, 이들의 상황을 ‘모르쇠’로 일관했다면 이런 소송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예율 조경휘 변호사는 “회사의 권력 관계에 따른 비정상적 판매 방식을 거부할 경우 소송에 직면하는 전형적 착취 구조”라며 “영업소장이 소송에 걸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 측 법률대리인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전국 각급 법원에는 영업사원을 상대로 한 제과업체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영업사원의 책임을 40∼60%가량 묻고 있다. 2014년 크라운제과가 전직 영업사원 임모(39)씨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회사의 변칙 판매 강요로 발생한 손실을 영업사원이 갚을 필요가 없다”고 판결 했지만, 결국 항소심에서 뒤집혔고 임씨는 60%의 배상 책임을 져야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과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영업사원 등에게 전가되는 상황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단독] “갑질 안했더니 피소” 롯데제과 전직 소장의 눈물
입력 2016-09-22 17:08 수정 2016-09-22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