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이 세계 정상급 지휘자 2명을 수석객원지휘자로 임명했다.서울시향은 22일 유타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티에리 피셔(59)와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마르쿠스 슈텐츠(51)가 2017년부터 3년간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한다고 밝혔다. 본인들과 협의 하에 피셔는 ‘Principal Guest Conductor’로, 슈텐츠는 ‘Conductor-in-Residence’의 영문 직책으로 일하게 된다.
서울시향은 지난 6월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지난해 말 사퇴한 뒤 공석인 예술감독 자리에 후임자를 임명하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수석객원지휘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영입된 두 수석객원지휘자는 최흥식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고 클래식 전문가, 공연 계약 전문가 등 7인으로 구성된 지휘자추천자문위원회의 엄격한 검증을 거쳐 추천됐다. 서울시향과 계약한 두 지휘자는 내년 정기공연 40회 가운데 10회를 맡게 된다. 두 사람은 각각 지난 2013년과 2015년 서울시향을 지휘해 세밀한 표현, 깊이있는 해석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수석객원지휘자는 뛰어난 역량의 객원지휘자들 가운데 오케스트라가 소속감을 부여해 임명·초청하는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와 좀더 친밀한 관계 속에서 오케스트라의 중장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상임지휘자인 런던 심포니는 다니엘 하딩, 지아난드레아 노세다 등 2명의 수석객원지휘자를 두고 있다. 또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는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는 대신 사이먼 래틀과 이반 피셔 등의 수석객원지휘자를 두고 있다.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상임지휘자인 드레스덴 슈타체카펠레에선 정명훈이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스위스 출신의 피셔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으로 10년간 활동한 피셔는 거장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사사하며 지휘자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얼스터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2001~2006년), BBC 웨일스 내셔널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2006~2012년) 등을 거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나고야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바흐, 모차르트의 주요 협주곡 작품을 녹음한 앨범을 내는 등 음반 녹음도 활발히 해왔다. 2009년부터 유타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피셔는 베토벤, 닐센, 말러 사이클 등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를 확장시키는 한편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음반녹음, 순회공연, 신작위촉 등을 통해 클래식 애호가와 지역사회 모두의 지지를 얻고 있다.
피셔는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리더십 아래 서울시향은 국내외로부터 얻은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라는 명성을 얻었다. 오늘날 서울시향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명성을 더욱 공고화하는 것이 내 향후 목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독일 출신 슈텐츠는 탱글우드에서 전설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자와 세이지를 사사했다. 2003년부터 12년간 독일의 명문 악단인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하며 이 악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견인했다. 특히 이 오케스트라에서 녹음한 말러 교향곡 전곡 음반과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는 각종 음반상을 휩쓴 바 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뮌헨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을 객원 지휘한 그는 현재 볼티모어 심포니의 수석객원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앞서 런던 신포니에타와 할레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 등으로 활동했던 풍부한 경험이 서울시향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슈텐츠는 “2015년 서울시향과 말러를 연주했을 때 단원들이 유연한 자세와 진정한 마음가짐으로 음악에 숨을 불어 넣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서울시향이 가진 매우 정제된 음악성을 다양한 시대의 음악에 녹여내길 기대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