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하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상황실 사무실을 올 들어 2배가량 확장하는 등 시설을 개보수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위기관리상황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주재하고, 남북 대화를 수시로 컨트롤하는 곳이다.
청와대는 24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부터 위기관리상황실 개보수를 시작해 수개월 전 내부 공사를 마쳤다. 회의 장소는 당초 면적이 132㎡(약 40평)에 불과해 NSC 등을 개최하기엔 협소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설 개보수 이후 상황실 사무실은 260㎡(약 80평) 정도로 종전보다 2배가량 늘어났다. 기존의 영상 및 교신시설, 정보체계망 등도 첨단시설을 추가로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용 테이블 역시 당초 딱딱한 마름모형에서 부드러운 반원탁 형태로 바뀌고 정면에는 대형 스크린도 추가 설치됐다.
지하 벙커는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전시 또는 유사시 대피시설 용도로 청와대 비서동 지하에 설치됐다. 핵무기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활용도가 떨어졌으나 2003년 노무현정부가 미국 백악관 지하의 비상작전센터와 상황실 등을 본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면서 최첨단 통신·영상시설을 갖추게 됐다. 군·경찰 등 지휘부와의 교신은 물론 한반도 일대 항공 및 선박 등과도 통신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문점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남북 접촉 등 회담 상황을 실시간으로 스크린하면서 수시로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지하 벙커는 공식명칭이나 기능도 역대 정부에 따라 바뀌어 왔다. 노무현정부 들어 대대적 보수가 이뤄지면서 국가안보종합상황실로 불렸고, 이명박정부에선 기능이 일부 축소되면서 안보와 함께 비상경제상황실로도 운용됐다. 당시엔 비상경제대책회의도 이곳에서 열렸다. 박근혜정부에선 위기관리상황실로 불린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는 언론에 지하벙커 대신 위기관리상황실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지하 벙커가 갖는 어감, 이미지를 고려한 결과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