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그막에 영감 얼굴도 못 보고”… 손주 돌보기에 강제 별거, 중국 ‘라오퍄오주’

입력 2016-09-21 19:42 수정 2016-09-22 14:39
사지가 마비된 아들을 46년째 보살핀 중국 장쑤성의 95세 노인. 뉴시스

중국에서 ‘라오퍄오주’(老漂族·노표족)가 늘고 있다. 고향인 농촌을 떠나 도시에 취직해 사는 사람을 ‘퍄오주(漂族)’라 하고, 퍄오주가 낳은 아이를 돌보러 도시로 오는 조부모를 라오퍄오주라고 부른다.

라오퍄오주가 된 노부부 중에는 어쩔 수 없이 별거하는 경우도 있다. 21일 시안(西安)일보에 따르면 장시(江西)성 농촌에 살던 60대 여성 렌위에어(任月娥)는 퍄오주인 아들과 딸 때문에 라오퍄오주가 됐다.

남편과는 1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한다. 수년 전에 친손자와 외손자가 각각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와 산시성(陝西) 시안에서 한 달 차이로 태어나 남편과 지역을 나눠 손주를 돌보러 갔기 때문이다. 며느리와 사위의 부모가 모두 건강이 좋지 않아 이들 부부가 육아를 도맡았다.

렌씨는 “이 나이에 남편과 별거하게 될 줄 몰랐다”며 “농촌에 살던 사람이 도시에서 오래 지내니 몸 구석구석이 아프다”고 말했다. 렌씨 부부처럼 사이좋은 부부가 손주 돌보기에 따로 투입되느라 헤어지는 현상이 많다고 있다고 인민망이 전했다.

시베이(西北)공업대 심리상담센터 쉬잉(徐鷹) 교수는 “노부부가 어쩔 수 없이 별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정과 사회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젊은 사람이 부모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부모의 감정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