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하늘에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어머니들이 하나둘 서울광장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파란색 풍선을 손에 든 채 정부에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했는데요. “마음껏 숨 쉬고 싶다”는 당연한 권리마저도 우리에겐 쟁취해야 할 꿈인 듯합니다.
국내 최대의 미세먼지 대책 인터넷 카페인 ‘미세먼지대책을촉구합니다(미대촉)’ 회원들이 20일 서울광장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우리 국민, 우리 아이들이 병들어가고 있다”며 “중국발 미세먼지로부터 모두를 지키자”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카페는 지난 5월 29일 개설된 이래로 3개월 만에 회원수가 1만8922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들은 6월 19일 1차 집회에 이어 이날 시청광장에서 2차 집회를 했는데요.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25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아이를 미세먼지로부터 지키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들이 바라는 소망은 거창한 목표나 이뤄지지 못할 욕심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단지 깨끗한 공기를 아이들에게 마시게 하고 싶을 뿐입니다. 지난해 경기도의 미세먼지와 오존 등급 ‘나쁨’ 발생일 수는 138일, 서울은 74일이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3일 중 하루는 나쁜 공기와 함께 살아야 했던 셈입니다.
환경부는 지난 7월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을 발표하고 전기차와 친환경차 보급 등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2020년까지 5조를 투입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친환경차 보급에는 3조, 충전 인프라에는 7600억을 쓴다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책발표에도 시민들이 원하는 ‘단 한가지’는 항상 빠져있습니다.
이날 미세먼지 대책 촉구 집회 포스터의 글귀는 “중국발 미세먼지로부터 모두를 지키자”였습니다. 카페의 상단 메인 사진에도 “중국 발 발암 먼지 해결 대책을 촉구한다”는 피켓을 든 어머니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정부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양이 통상 30~50%에서 기후조건에 따라 최대 60~80%까지 이를 수 있음을 분석했음에도 속 시원한 외교적 성과는 발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대촉을 개설한 윤광준(25)씨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속에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직접 카페를 만들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기흉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는데요. 평소 기관지가 안 좋았다는 점도 카페 개설을 생각게 한 원인이 됐습니다. 또 아이들을 걱정하는 많은 어머니들의 마음이 그가 계속 카페를 운영하게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국가적 협력이 필요합니다”라며 “우리의 목소리는 제대로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소리 높였습니다. 이어 미세먼지와 관련된 외교적 노력에 대해 담담한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윤씨는 “미세먼지 주의 기준이 WHO나 선진국 기준보다 상당히 높다”며 한국의 기준치로는 미세먼지가 분명 심각한 날에도 '좋음, 보통'으로 표시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에게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고 제대로 대처하게 하려면 미세먼지 ‘나쁨’ 기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세먼지 기준치를 낮추는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어린 학생들은 더 민감한 만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기준치만이라도 낮춰서 예·경보 주의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교육기관에서는 미세먼지 농도에 상관없이 야외 활동들을 하는데 어린아이들만이라도 미세먼지로부터 꼭 지켜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