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20일(현지시간) 개막한 올해 유엔총회는 북한 핵문제와 시리아 사태가 초반부터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북핵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여론몰이를 주도하고 있다. 시리아 사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미국이 적극 거론하고 있다. 지난해 최대 이슈였던 기후변화협약 문제는 올해에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일정을 보면 총회 기간 북한을 작심하고 두들겨보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오바마는 19일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났을 때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유엔의 대북제재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튿날 임기 중 마지막 유엔 연설도 북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오바마는 전 세계 정상 앞에서 북한을 ‘불모지(waste land)’에 비유했고, 핵실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오바마의 이런 모습은 이란 핵문제 타결, 쿠바·미얀마 국교정상화 등 숱한 외교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만큼은 진전은커녕 크게 후퇴한 데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핵무기 감축 어젠다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업적 역시 북한 핵개발로 크게 훼손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북핵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앞장섰다. 요리우리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는 19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만났을 때 북핵 위협을 거론하며 미·일동맹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튿날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선 대북제재 동참과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논의했다.
미·일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북한 핵개발에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일본은 남중국해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도 적극 제기하는 등 유엔에서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반 총장은 재임 중 촉발된 시리아 내전을 5년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했기에 이번 총회에서 어떻게든 진전시켜 보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는 총회장에 이슬람국가(IS)에 성노예로 끌려갔다 풀려난 피해여성 나디아 무라드 바시 타하(23)를 초청해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미국 역시 국제사회에 난민수용 확대 및 기금 마련을 촉구하며 시리아 사태의 인도적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총회장 주변에선 난민이나 이민자에 적대적인 유럽의 극우 정당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국수주의를 경계하자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거셌다.
유엔은 총회 기간 30개국이 기후변화협약에 추가로 가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195개국이 서명한 협약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가 비준하면 발효된다. 이미 28개국이 비준을 마쳐 올해 중 협약 발효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손병호 최예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