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난민캠프에서 대형 화재…사상자 없으나 대피한 난민은 터키로

입력 2016-09-20 17:48 수정 2016-09-20 19:51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난민 캠프에서 19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난민들의 폭동에 대비해 현지 경찰이 화재 현장 주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유럽의 문’ 그리스도 난민으로 인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리스 최대 난민캠프 중 하나인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캠프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그리스 정부는 대피한 난민 수천명을 터키로 되돌려보낼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모리아 캠프에서 방화가 일어나 4000여명의 난민들이 시설 밖으로 대피했으나 이들이 터키로 추방 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화재 당시 강한 바람으로 인해 불길이 급속도로 퍼졌지만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난민들이 그리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에 대한 분노로 누군가 방화를 저질렀을 가능성 제기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화재가 일어날 것을 사전에 알고 난민들을 터키로 돌려보낼 준비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난민 캠프에서 19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짐을 챙겨 밖으로 빠져나온 난민들이 근심스런 모습으로 화재 현장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현재 모리아 캠프를 비롯한 50여곳의 그리스 난민캠프는 난민 수용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유럽연합과 터키 간 난민협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터키에서 온 난민들은 그리스에 발이 묶였다. 그리스 정부에 따르면 6만여명의 난민들이 그리스에 체류 중이며 이중 1만여명은 에게해의 여러 섬에 포진해있다. 레스보스도 그 섬들 중 하나다.

그러나 그나마 난민들에게 우호적이던 레스보스 섬 주민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3000여명이 최대 수용치인 모리아 캠프는 현재 거의 수용치의 2배 가까운 난민 거주하고 있다. 최근 레스보스 시장이 섬에 또 다른 난민캠프를 짓겠다고 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에 불을 지폈다. 레스보스섬은 그리스에서 3번째로 큰 섬이지만 가장 못 사는 동네에 속해 난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크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