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좌파들은 모든 거짓선동을 이승만에게 집중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발언했습니다.
또 논란이 되는 이 전 대통령의 피난길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의원은 “서울이 1950년 6월 28일 적에게 함락되는데 이 대통령은 하루 전날인 27일 피란했다. 오히려 늦은 것”이라면서 “그 상황에서 국군통수권자가 서울에 머물다 인민군의 포로가 돼야 한단 말인가? 만약 그때 이승만 대통령이 생포됐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한강인도교를 폭파한 것 또한 이 전 대통령이 한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적군이 서울에 진입하면 두 시간 이내 한강다리를 폭파하기로 했던 계획에 따라 육군 참모총장이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누란의 위기에 있던 민족을 이끌어 나라를 굳건히 세우고 한미동맹을 맺어 60여년 동안 이 땅에 전쟁이 없게 한 위대한 지도자는 지하에서 통곡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터넷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존 무초 주한 미국대사가 이 전 대통령에게 피신을 만류했다는 점을 거론하는 네티즌들이 많았습니다. 무초 대사는 한국군이 잘 싸우고 있는데 대통령이 피신한다면 한국군은 북쪽을 향해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CBS노컷뉴스 임기상 선임기자가 지난해 7월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저서 ‘한국 1950 전쟁과 평화’를 참고해 쓴 ‘이승만 일본 망명?… “도망 다니느라 정신 없었다”’ 기사에는 무초 대사의 회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내가(본인이) 공산군 손에 들어가게 되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곤란하게 되니 서울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한국군이 불의의 기습을 받고도 잘 싸우고 있다고 얘기했다. 단 하나의 부대도 공산군에 항복하지 않고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나는 ‘만일에 대통령이 피신하고 그 사실이 밖에 알려지면 한국군 병사들은 한 명도 북쪽을 향해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군 전체가 전쟁을 포기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이 대통령은 피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6월 27일 새벽 경무대 경찰서장 김장흥을 포함한 4명의 수행원을 데리고 서울을 빠져나갔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파나마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아무도 몰라봤다고 하네요. 대통령 일행은 서울역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대구까지 내려갔다가 대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충남도지사 관사에 도착한 대통령은 방송관계자를 찾았습니다. 그날 밤 9시 전국에 방송을 할테니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당시 KBS대전방송국 유병헌 방송과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오늘 밤 9시에 내가 이 방에서 하는 방송을 서울로 올려 보내서 전국에 중계해 전 국민이 듣도록 하라 ▲누가 묻더라도 대전에서 방송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회고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6월 27일 밤 9시 아군이 의정부를 탈환했으니 서울시민은 안심하라는 요지의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방송은 그날 밤 수차례 계속됐습니다. 서울은 그러나 6월 28일 새벽 북한군에게 함락되고 말았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대전에서도 기이한 방법으로 피난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승만은 7월 1일 새벽 3시 3명의 수행원만 데리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대전을 빠져나갔다. 인민군은 이승만이 대전을 떠난 지 20일이 지나서야 대전을 점령했다. 서울을 빠져나갈 때처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탈출했다. 부산으로 가는 코스가 불가사의했다. 대전-대구-부산으로 가지 않고 전라북도의 이리까지 승용차로 이동한 뒤 거기서 기차를 타고 목포로 갔다. 대통령 일행은 역에서 8시간이나 기다리다 겨우 3등 객차를 두 칸 단 기관차를 구해 출발할 수 있었다. 오후 2시에 목포에 도착했으나 또다시 배를 구할 수 없어 2시간 기다리다 작은 소해정을 타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5백 톤급의 작은 소해정 제514함에 올라 19시간의 항해 끝에 부산에 도착했다. 다들 뱃멀미 때문에 구토를 하는 등 고통을 겪었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민족을 이끌어 나라를 지킨 위대한 지도자’라고 한 김 의원의 주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맺어 국가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