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0일 “다산 정약용의 개혁 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데 저를 던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남 강진에서의 마지막 강연을 통해 정계 복귀와 함께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제3지대론의 중심에 서 있는 그가 여야 비주류를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손 전 고문이 강진아트홀 대강당에 들어서자 지지자들은 플래카드를 흔들고 이름을 외치며 환영했다. 강당 뒤편과 통로까지 사람이 꽉 찼다. 손 전 고문 측은 70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2014년 7·30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패한 그는 다음날 “지금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었다.
손 전 고문은 그해 8월 5일 강진에 도착해 백련사 인근 토굴에 정착하기까지 과정을 죽 풀어놨다. 그는 “토굴을 치우고 산지 얼마 안 됐을 때 여연스님이 와서 ‘한 2년은 사셔야죠’ 하기에 속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2년을 훌쩍 넘겼다. 이 스님이 요즘엔 ‘이제 내려가셔야죠’ 한다”고 운을 뗐다. 청중 반응이 없자 “내려가지 말라는 모양이죠? 박수도 없어요?”라고 먼저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본격적으로 정치 현안에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사회의 위기와 모순을 근본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는 물론 분단체제와 기득권 지배 체제를 개혁하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시대 전환을 준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새 정치 질서를 만드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 손학규가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한 절박함을 받들고자 한다”며 “제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마시고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사회를 본 강진원 강진군수는 “2017년은 다산 정약용이 정치 사회 개혁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루자는 뜻에서 경세유표를 저술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라며 “손 전 고문이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손 전 고문은 더민주 내 비주류와 당 밖의 중도 개혁 세력을 규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는 물밑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여러차례 손 전 고문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물론 복귀 명분이 뚜렷하지 않고 시기마저 놓쳐 기대만큼 파괴력은 크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권지혜 기자, 강진=고승혁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