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넘는 고령층의 성병 감염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수명 연장으로 70세 후반~80대가 ‘주 노인층’으로 등장한 데다 값싸고 다양한 성기능 개선제의 보급으로 이들의 성생활이 가능하게 된 영향이 크다. 일부 취약 계층을 노린 속칭 ‘박카스 아줌마들(노인 대상 음성적인 성매매)’의 활개도 ‘황혼 성병’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노인들은 콘돔사용 등 성병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아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2011~2015년 성매개 질병 진료 현황)에 따르면 60세 이상 연령층의 매독, 임질, 헤르페스 등 성병 감염 증가율이 20~30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성병으로 진료받은 80세 이상 노인은 2011년 1507명에서 지난해 2410명으로 59.9% 급증했다. 60대는 37.2%(2만651명→2만8340명), 70대는 34.2%(8399명→1만1274명)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한 30대(약 52만명)는 27.8%, 20대는 2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성 노인들의 성병 감염률이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 80세 이상 남성의 경우 5년간 36.6%(2011년 511명→2015년 698명) 증가한 반면 여성은 무려 71.9%(996명→1712명)나 늘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비뇨기과 이석영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구조·면역학적으로 성병균이나 바이러스에 취약하고 노출시 더 감염되기 쉬운 해부학적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년층 성병이 늘고 있는 데는 노인 성생활의 꾸준한 증가와 불법 성매매의 지속 등과 무관치 않다. 실제 보건복지부 조사(2011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66.2%가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으며 35.4%는 성매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예전의 10분의 1 값에 구할 수 있는 발기부전 치료 카피약(복제약)의 대거 등장은 노인 성생활 향상에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박카스 아줌마’의 불법 성매매는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다음달엔 박카스 아줌마의 노인 성매매 문제를 다룬 영화 ‘죽여주는 여자’가 개봉한다.
문제는 많은 노인들이 체면 때문에 성 상담을 받길 꺼리거나 성병 감염 뒤에도 홀로 끙끙 앓기 일쑤여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성병에 감염돼 소변에 문제가 생겨도 나이들어 생기는 전립선비대증이나 배뇨장애 정도로 여기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 교수는 “전국적으로 노인 대상 무료 성병 선별 검사를 실시하고 노년층 성병 예방 상담 및 홍보,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80세 이상 ‘황혼 성병’ 급증… ‘박카스 아줌마’도 한몫
입력 2016-09-21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