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서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 인격권 침해 해당"

입력 2016-09-20 16:17

경찰서 유치장에 설치된 '개방형 화장실'에 대해 법원이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하헌우 판사는 20일 송경동 시인 등 시민 4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각 1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송 시인과 정진우(47) 전 노동당 부대표 등은 경찰서 유치장에 설치된 개방형 화장실과 패쇄회로(CC)TV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각 50만원씩 총 2250만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2013년 제기했다.

이들은 “전국 21개 경찰서 유치장 안의 화장실은 밀폐형이 아닌 미닫이문만 있는 개방형이어서 용변을 보는 사람의 모습과 소리, 냄새가 유치인과 경찰관들에게 노출돼 수치심을 느꼈다”며 “유치장 내 CCTV는 자살 등의 우려가 있을 때만 설치할 수 있는데 모든 유치인을 감시하도록 돼 있어 프라이버시를 필요 이상으로 침해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송 시인 등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하 판사는 “개방형 화장실 이용을 강제한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없는 인격권 침해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치인들의 동태를 살필 필요성은 있지만 감시와 통제의 효율성에 치중해 열악한 구조의 화장실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며 “신체부위 노출과 악취 진출 등을 막고 관찰되고 있다는 느낌을 덜 받는 독립적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치장 내 CCTV 설치에 대해서는 “구속 여부 결정이나 집행이 완료되지 않은 유치인의 경우 경찰이 개별적으로 구금·관리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한정된 인력으로 CCTV는 비교적 적합한 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