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가을나들이 김덕기 '즐거운 우리집' 등 그림도 보고 전통체험도 하고

입력 2016-09-20 10:10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은 고미술품을 판매하는 가게와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는 화랑이 공존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동네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 불어오는 가을날에 온 가족이 이곳으로 문화나들이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 인사전통문화보존회는 21일부터 27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제29회 ‘인사전통문화축제’를 연다.

우림화랑에서는 도자기, 민속품, 목가구 등 300여점과 옛 생활 공예 200여점을 선보이는 ‘인사동고미술전시’를 마련한다. 옛 여인들이 향수를 넣어 다니던 ‘백자청화초화문유병(白磁靑畵草花文油甁)’이 눈길을 끈다. 붉은색 비단을 덧대어 은은한 향기를 풍기게 했으며 산호구슬로 연결하고 다홍색 봉술을 단 여성의 노리개도 출품된다.

24~25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북인사마당은 전통 체험장으로 바뀐다. 옛날 고관대작들이 즐기던 다양한 차(녹차, 냉말차, 오미자차, 황차, 뽕잎차, 꽃차 등) 시음과 다례 시연, 다식만들기, 표구제작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가훈과 명언 등을 표구로 직접 제작하고 싶은 사람들은 전통표구제작 시연에 참가할 수 있다.

전통 공예점에서는 한지, 나전칠기, 전통칠보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5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20여개 식음료업소가 참여해 전통음식과 전통차를 전시하고 시식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통 한상차림과 더불어 퓨전한식까지 먹거리를 제공한다. 조선왕실 의상 퍼레이드와 패션쇼에 이어 ‘서편제’의 오정해가 국악공연을 선사한다.

전통 체험과 함께 유명 화랑의 전시도 볼 수 있다. 인사동 터줏대감인 노화랑에서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김덕기 작가의 개인전이 30일까지 열린다. 고교 미술교사를 그만두고 작업에 매달리는 작가의 작품 주제는 ‘가족과 행복’이다. 꽃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귀엽다.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좋은 전시다.

김덕기의 최신작은 아름다운 풍경까지 더해졌다. 그가 다루는 재료는 먹과 한지에서 캔버스와 유화물감 또는 아크릴릭으로 바뀌었지만,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한결같이 가족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쁨과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작가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고등학교 미술교사를 선택했다. 직업과 작업을 병행하다가 어느 순간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림에만 몰두했다. 작업실과 삶의 공간을 고향인 경기도 여주로 옮긴 것도 작품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주제는 일관되지만 색채는 훨씬 화려하고 과감해졌다. 행복을 가득 담은 그림들이다(02-732-355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