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전(3)] 목조 예배당 건물에 신발 던진 이웃

입력 2016-09-20 10:00 수정 2016-09-20 10:02
[전정희 기자의 근대기독교 사진사전] 삼척제일교회 예배당
1930년대 건축된 강원도 삼척제일교회. 사진은 1970년 2월 삼척지방지방회를 마친 임직들의 기념사진이다. 삼척제일교회 제공.

먼 풍경이 아니다. 1970년 2월 12일 강원도 삼척군(현 삼척시) 삼척제일교회가 주관한 삼척지방지방회를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이다. 일제강점기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2층 예배당을 배경으로 정장과 한복을 갖춰 입은 임직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이 예배당은 1930년대 건축됐다. 당시 공립직업학교 교실로 쓰이기도 했다. 지금의 강원대 삼척캠퍼스 전신이다.
 1912년 삼척제일교회가 설립되면서 삼척지방 복음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해 서구에선 타이타닉호가 침몰해 1500여명이 죽었다.
 73년까지만 하더라도 삼척은 북평읍 장성읍 도계읍 등을 품은 30만 인구의 전국 제일의 군이었다. 이 사진을 찍던 70년 2월엔 북한이 납치한 대한항공 승객 일부를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다. 3월엔 소위 박정희 대통령의 여인으로 불리던 정인숙이 한강변에서 피살됐다. 이해 개발의 상징 서울 와우아파트가 붕괴됐고, 노동자 전태일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치며 분신 자살했다. 연말엔 세월호 참사처럼 거제~제주 간 여객선 남영호가 침몰해 326명이 익사했다.
 태백산맥을 끼고 있던 삼척엔 무장공비가 자주 출현해 늘 긴장 속에 살았다. 
 이 교회 신복남 권사(78)는 그 시절을 이렇게 얘기했다.
 “다들 너무 가난했죠. 강단 앞에 멍석을 깔고 매일 울며 기도했어요. 예배당 이웃 사는 분들이 시끄럽다며 목조 건물에 신발을 던지던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간절히 매달렸어요.”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