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찾아오는 두 공연예술축제, 시댄스 vs 스파프

입력 2016-09-20 08:24
카롤린 칼송. 시댄스 제공
앙줄렝 프렐조카주 시댄스 제공
연극 '우드커터' 스파프 제공
연극 '파우스트' 스파프 제공
가을이면 국내 공연예술축제의 양대 산맥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이하 시댄스)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이하 스파프)가 열린다. 올해 19회째인 시댄스는 무용 전문이며, 16회째인 스파프는 무용과 연극을 아우른다.

◇시댄스=오는 24일 개막해 10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열리는 시댄스는 축제의 생명인 지속성 면에서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자 출신 무용평론가인 이종호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회장이 축제를 만들고 예술감독으로서 지금까지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의 여타 공연예술축제가 국내외 수작을 관객에게 단순히 선보이는데 그치는 것과 달리 한국 안무가들의 세계 진출 플랫폼 역할을 해 왔다. 오랫동안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구축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2013년부터 시작한 ‘후즈넥스트’는 지난 3년간 8개국 19개 행사에 24개 단체(중복 단체 포함)를 진출시키는 성과를 냈다. 나아가 내년부터는 중국 광동댄스페스티벌, 일본 요코하마 댄스컬렉션과 함께 유럽 진출을 위한 동아시아 무용플랫폼을 창설한다.

하지만 민간이 독립적으로 축제를 운영하다보니 늘 예산에 쪼들린다. 공공 지원을 일부 받지만 대부분 자체적으로 예산을 충당하기 때문에 규모가 크거나 유명한 작품은 보기 어렵다. 다만 미래의 스타 안무가를 누구보다 먼저 국내에 소개해 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테로 샤리넨, 아크람 칸 등 현재 스타 안무가들이 시댄스를 통해 가장 먼저 한국 관객과 만났다.

올해는 프랑스, 스페인, 한국, 포르투갈, 스위스 등 17개국 39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정한 주제를 내걸기 보다는 양질의 작품을 고루 선보이는 편이지만 올해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가 주목된다. ‘프랑스 포커스’에서는 프랑스 현대무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누벨 당스’ 안무가와 그 이후 세대들을 초청한다. 카롤린 칼송과 앙줄렝 프렐조카주 , 토메오 베르제스 등의 작품이 주목된다. 또 ‘스페인 포커스’에서는 플라멩고를 제외하고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 현대무용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인다. 안성수픽업그룹, 전미숙무용단, 김윤수무용단, 리케이댄스 등 국내 현대무용 단체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스파프=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스파프는 예산과 규모 면에서 국내 최대 공연예술축제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연극제와 서울무용제를 통합하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권유에 따라 2001년 만들어진 스파프는 출범 3년간은 연극협회와 무용협회의 주도권 싸움으로 삐걱거렸다. 하지만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부터는 공연 팬이 가장 주목하는 축제가 됐다.

다만 출범부터 문체부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였던 스파프는 그동안 운영주체와 조직의 잦은 변경에 시달려 왔다. 가장 최근의 상황은 지난 2010년 문체부 방침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공연예술센터에 흡수됐던 스파프가 지난해 11월 문체부 소속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로 다시 넘어간 것이다. 아트마켓과 함께 운영해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예경이 극장을 소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축제 기간 대관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축제 운영 노하우를 가진 인력이 없는 만큼 우선 내년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예술위와 공동개최한다.

올해는 ‘무대, 철학을 담다’를 주제로 6개국 17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예년에 비해 규모가 다소 축소됐다. 개막작으로는 폴란드의 거장 크리스티안 루파가 연출한 연극 ‘우드커터’, 폐막작으로는 슬로베니아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의 ‘파우스트’가 각각 선정됐다. 이외에 무용단 울티마 베즈의 ‘스피크 로우 이프 유 스피크 러브’ 등이 주목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국내 작품으로는 판소리만들기-자의 ‘여보세요’, 극단 몸꼴의 ‘멀리 있는 무덤’, 김용걸 댄스 씨어터의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 트러스트무용단의 ‘자유에 대하여’ 등도 기대된다. 이외에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서울댄스컬렉션의 축하무대도 마련된다.

스파프는 올해 축제 기간 중에 공연을 중단한 채 서울아트마켓(PAMS)을 10월 4~8일 5일간 개최한다. 일각에선 축제의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을 하지만 예경은 축제의 활성화에 도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