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19일 오후 8시33분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1㎞ 지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지역과 인접한 부산, 대구, 포항, 울산 등에선 주민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에선 관람객들이 서둘러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부산에 사는 김모(73)씨는 “경주 지진 때보다는 정도가 덜했지만 진동이 꽤 느껴졌다”고 말했다. 포항에 거주하는 조모씨(46)는 “오후 8시 넘어 밖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동을 느꼈다”며 “주택 등 인근 건물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포항시 고교에선 진동이 감지되자 학생들을 신속히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은 강원도 일대와 수도권까지도 느껴졌다. 강원도 춘천에 사는 대학생 임모(22)씨는 “흔들거리는 게 느껴졌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앞서 지난 12일 오후 8시32분께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1978년 국내에서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였다. 앞선 기록은 1980년 1월8일 평북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었다.
‘경주 지진’ 이후 19일까지 여진은 모두 370여회 일어났다. 대부분이 규모 1.5~3.0이었다. 규모 4.0도 한 차례 있었지만, 규모 4.5에 이르는 여진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주·대구는 최대 진도 6 수준, 인근 지역인 부산·울산·창원은 최대 진도 5 수준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진도 6은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는 정도로, 많은 사람이 놀라 밖으로 나가는 수준이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진동을 느끼며 그릇이나 물건이 깨지는 위력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주 지진으로 한옥이 가장 큰 피해를 봤으나 복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주의 목조 건축물은 2만2500여가구에 이른다. 지진으로 생긴 사유재산 피해 4011건 가운데 한옥지구에서 접수된 피해가 2023건이나 된다. 대부분 기와가 떨어지거나 부서졌고 담이 파손됐다. 한옥지구 피해액은 35억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교육부는 경주 지진으로 지금까지 유치원과 초·중교 221개곳, 대학 1곳, 소속기관 13곳에서 벽체 균열이나 천장 마감재 탈락, 조명등 추락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임주언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