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능선을 넘었다.” 김형준(46) 부장검사의 ‘스폰서·사건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특별감찰팀(팀장 안병익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김 부장검사를 최대한 신속히 소환할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 통신 등에서 물증 확보가 되는 대로 김 부장검사를 소환하겠다”며 수사 진척도를 ‘7부 능선’이라고 말했다. 특별감찰팀은 추석 연휴 중에도 출근해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를 자처한 김모(46·구속)씨를 포함, 참고인 다수를 불러 조사한 상태다.
특별감찰팀이 밝힌 수사의 핵심은 김 부장검사와 김씨 간의 금전거래 여부와 성격이다. 김 부장검사는 “1500만원만 빌린 뒤 웃돈을 얹어 갚았다”는 주장을, 김씨는 “수억원을 접대에 썼다”는 주장을 각각 언론을 통해 내놓은 상태다. 이렇게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특별감찰팀은 둘 사이에 돈이 실제로 얼마나 오갔는지, 오간 돈에 뇌물의 속성이 있는지 등을 계좌추적과 통신내역 조회로 재구성하는 중이다.
특별감찰팀은 이를 위해 김 부장검사와 김씨, 이들과 금전거래가 얽힌 박모(46) 변호사를 포함해 10명의 개인·법인계좌를 분석 중이다. 다만 추석 연휴 중에는 금융회사들의 협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특별감찰팀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 진술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 돈을 실제로 갚은 것인지 갚았다는 외관(外觀)만 취한 것인지, 금전거래의 실체가 과연 뇌물인지 등을 앞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파문 이후 변호인을 선임해 자신의 주장 내용을 특별감찰팀에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 동창 김씨와의 부적절한 금전거래 의혹에 이어 KB금융지주 임원으로부터 고가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이던 김 부장검사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KB금융지주 임원을 만나 수백만원대 술 접대를 받았는데, 이 시기는 합수단이 KB투자증권 직원을 포함해 블록딜 비리를 수사하던 전후였다는 것이다.
김 부장검사와 함께 사법시험 준비를 했고 검찰 후배였던 해당 임원은 현재는 KB투자증권으로 옮겼다. 합수단의 수사 동향 등을 파악하려 접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KB투자증권 측은 회사 차원의 지시가 없었으며 둘의 만남은 사적인 성격일 뿐이라고 밝혔다. 새로 제기된 의혹은 특별감찰팀의 애초 수사 범위에는 없던 부분이었다. 다만 특별감찰팀은 앞으로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지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를 연일 소환해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 중인 특별감찰팀은 김씨의 사기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 박모 검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김씨는 자신을 수사하던 박 검사가 김 부장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서는 “문자를 지우라”고 요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 검사는 이에 대해 “공개된 검사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수사 7부능선 넘었다…” 스폰서 논란 김형준 부장검사 곧 피의자 소환
입력 2016-09-19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