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보재정 술술 새는데 복지부 “현지조사 못가요~”

입력 2016-09-19 17:27

전남 목포의 A의원은 2012년 5월 1억4000여만원의 건강보험 부당 청구가 의심돼 보건복지부의 ‘현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현지 조사는 병·의원 등이 실제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한 것처럼 속여 건강보험 급여를 타내는 행위 등을 실사해 적발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A의원에 대한 현지 조사를 차일피일 미뤘고 해당 의원은 올해 7월 초 문을 닫았다. 결국 4년(1516일) 넘게 미적거리다 부당 이익으로 의심되는 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꼴이 됐다.

보건당국이 건강보험 부당청구 등이 의심돼 ‘현지 조사’ 대상으로 지난 5년간 2700여개 기관(의료기관 및 약국)을 선정해 놓고도 10곳 중 한 곳만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조사를 받지 않는 사이 상당수 기관은 경영난 등으로 폐업했다. 해당 기관이 문을 닫으면 부당 의심 금액을 조사할 수 없어 건강보험 재정으로 환수가 어렵다. 건강보험 재정이 새는 걸 눈뜨고 보고만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올해 6월 현지 조사 대상 기관은 모두 2707개(부당의심 금액 약 736억원)로 이 중 11.1%인 301개(177억원의 부당 청구 적발)만이 현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경남 소재 B약국의 경우 8억2000여만원의 건강보험 부당청구(산정기준 위반)가 의심돼 2012년 5월 현지 조사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4년이 넘은 지금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현지조사 미실시 기관(2406개) 중 폐업한 곳은 267곳이었다. 이중 절반 가까운 46.4%(124개)는 현지 조사 대상 선정 이후 문을 닫았으며 이들의 부당 의심금액은 약 36억원에 달했다. 특히 4개 기관은 현지 조사 선정 이후 1000일이 지난 후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춘숙 의원은 “현지 조사가 이뤄진 기관의 90% 이상에서 부당 청구 실상과 금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면서 “현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시급히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인력을 50명 충원하고 해당 연도에 하지 못하는 현지 조사는 그 다음해에 실시하고 있지만 매년 의뢰되는 건수에 비해 조사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면조사로 보완하는 등 올해 안에 현지조사 지침을 관계 기관과 협의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