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왼쪽 공격수 손흥민(24)은 이적시장을 통해 독일 분데스리가로 돌아가길 원했다. 주전경쟁에서 밀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면담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장에 나설 자격을 보여 준다면 기회를 주겠다”며 그를 잡았다. 마음을 돌리고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자 확 달라졌다.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슈팅은 더 과감해졌다. 손흥민은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선덜랜드와의 2016-2017 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활발한 공격으로 팀의 1대 0 승리에 힘을 보탰다. 골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가장 돋보였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했다. 유럽축구통계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결승골을 넣은 해리 케인(8.1점)보다 높은 8.3점을 손흥민에게 줬다.
포체티노 감독은 왼쪽 날개로 출격한 손흥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발 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에릭 다이어를 중앙 수비수로 내리고 중앙 수비수로 나서던 얀 베르통언을 왼쪽 수비수로 돌린 것이다. 손흥민의 수비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였다. 손흥민은 베르통언의 든든한 수비 덕분에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전반 38분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뒤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 수비수를 제친 뒤 강한 오른발 땅볼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볼은 왼쪽 골대를 때리고 튕겨 나갔다. 프리킥 전담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후반 29분 경기가 잠시 중단된 상황에서 에릭 라멜라가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팬들은 물을 마시러 사이드라인으로 이동하는 손흥민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교체를 예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 대신 무사 뎀벨레를 불러들였다. 후반 32분 다이어가 벤치로 물러나고 벤 데이비스가 투입됐다. 베르통언은 중앙 수비로 이동했다. 데이비스의 수비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손흥민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전술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스토크스티전에서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지만 입지는 여전히 불안했다. 지난 14일 AS 모나코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선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과 포체티노 감독 사이에 갈등이 증폭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라멜라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손흥민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험난한 주전경쟁을 펼치는 손흥민은 둘이 선발 출장하지 않은 선덜랜드전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포체티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모나코전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오늘은 잘하고 싶었다”며 “오늘 우리 팀은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 줬다”며 “당연히 승점 3을 딸만 한 경기였다. 그런 경기에서 내가 좋은 플레이를 펼쳐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의 활약에 행복하다. 그의 경기력은 환상적이었다”고 극찬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공개적으로 손흥민을 칭찬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이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