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2016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챌린지 결승에서 이란에 져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허재 감독은 지난 7월 남자대표팀 전임 사령탑을 맡은 뒤 치른 첫 번째 국제대회에서 다음해 열리는 아시아컵 진출 티켓을 따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잘 싸웠다. 한국 남자농구는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그리고 동시에 풀어야할 숙제도 남겼다.
대표팀은 지난달 29일과 3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튀니지와 평가전을 통해 전력을 점검한 뒤 6일 아시아 챌린지 대회가 열린 이란 테헤란으로 떠났다. 9일 시작된 1차 조별리그에서 일본 태국을 차례로 물리치며 순항했다. 한국은 아시아 챌린지에서 총 2경기를 졌다. 상대는 모두 이란이었다. 2차 조별리그에서는 38점차, 결승에서는 30점차로 크게 졌다.
신장 218㎝의 탈아시아급 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막는 게 쉽지 않았다. 하다디는 큰 키를 활용해 공중에서 리바운드를 낚아챘다. 한국은 이승현과 김종규 최부경 등 빅맨들이 몸이 부서져라 부딪혀봤지만 신장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하다디의 리바운드는 곧 득점이나 다름없었다. 공을 잡는 족족 슛으로 연결했다. 하다디의 결승전 기록은 20점 23리바운드. 한국의 골밑을 혼자서 초토화한 셈이다.
한국은 대회 초반 신장의 열세를 외곽슛으로 풀어나갔다. 조성민 허일영 등 슈터들의 3점슛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대회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3점슛의 정교함이 떨어졌다. 한국의 페인트존 공격 시도횟수가 적다보니 상대 선수들은 자연스레 외곽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에 210㎝ 이상인 정통 빅맨의 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동력을 갖추고 내외곽 플레이가 가능한 2m 이상의 장신 포워드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물리적인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건 기술이다. 197㎝인 이승현은 중장거리 슛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207㎝의 김종규는 속공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최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귀화선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 팀들의 추세다. 한국도 프로농구 장수용병 애런 헤인즈 등을 언급하며 여러 차례 귀화 선수 영입을 논의했으나 결국 실행된 건 없다. 일본은 191㎝의 단신 파워포워드 아이라 브라운이 가세했다. 대만은 퀸시 데이비스, 요르단은 다쿼비스 터커, 이라크는 케빈 캘러웨이를 내세웠다. 귀화선수를 뽑은 팀들은 이번 대회에서 쏠쏠한 재미와 국제무대 성공 가능성을 봤다.
귀화선수 영입으로 토종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장의 성적만 생각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타 종목에 비해 타고난 신체조건이 크게 작용하는 농구에서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농구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꾸준히 국제무대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귀화선수 영입은 매년 대두된 문제다. 특별한 대안이 없다면 추세를 쫓는 게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