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뭘 배웠기에 문단에는 이렇게 xx새끼들이 많을까요?”
김현(36·사진) 시인은 최근 발간된 ‘21세기문학’ 가을호에서 한국 남성 문인들의 ‘여혐’(여성 혐오) 행태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했다.
19일 21세기문학에 따르면 김씨는 ‘질문 있습니다’는 제목의 기고에서 남성 문인들이 여성 시인들을 비하하거나 성적 대상화한 사례를 적나라하게 열거하며 관행을 비판했다. 김씨 글은 특집 ‘혐오할 자유가 있다?’의 일부다.
A씨는 송년회에서 후배 여자 시인에게 맥주를 따라보라고 명령하고, 맥주가 컵에 꽉 차지 않자 자신의 바지 앞섶에 컵을 가져가 오줌 싸는 시늉을 했다. 술에 취하면 여자 시인들에게 ‘xx 같은 년'남자들한테 몸 팔아서 시 쓰는 x' 같은 욕설을 하거나, 젊은 여자 시인들 이름을 열거하며 성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시인의 사례도 있다. ‘명예남성’을 자처하며 눈감는 일부 여성시인들의 행동도 꼬집었다. 김씨는 “(이런 사례들은) 문단 사람이라면 대개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잠재적 방관자’”라며 반성을 촉구했다.
김씨는 문단에서 여혐 행태가 버젓이 묵인되는 현실에 대해 개인사적 경험을 들며 한국 사회의 잘못된 집단 문화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기고 앞부분에는 외모 때문에 ‘미스김’으로 놀림 받았던 학창시절, 대학의 상명하복 문화, 군대의 왜곡된 문화, 당연시 되는 가정 폭력 등을 고백했다.
김씨의 글은 추석 연휴 기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한 논쟁을 유발하며 공감을 사고 있다. 인이자 소설가인 김도언씨는 페이스북에 “문단에 발을 들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괴감과 수치심이 교차한다. 후배 시인의 용기에지지 의사를 밝힌다”고 썼다.
김씨는 2009년 작가세계로 등단해 2014년 시집 ‘글로리홀’을 냈다. 인권영화제 기획 및 독립영화 연출을 하기도 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