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등 ‘친박 낙하산' 본격화 우려

입력 2016-09-19 14:52

자본시장에 박근혜 정부의 보은성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새 이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 중추 역할을 하는 증권 유관기관으로 지난해 초 공공기관에서 해제 됐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단독 후보나 2~3배수로 압축된 후보를 30일 주주총회에 보고하고, 주총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업계에선 친박계로 불리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새 이사장으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마감된 거래소 이사장 후보자 공모 접수에 정 전 부위원장을 포함해 5~6명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막판까지 연임 의지를 드러내 온 최경수 현 이사장이 돌연 공모에 참여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친박 인사인 최경수 이사장이 연임을 포기한 게 친박 실세로 알려진 정 전 부위원장을 청와대가 낙점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 경제학과를 나온 정 전 부위원장은 서울대 82학번 동기인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부위원장은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으며 박근혜 정부의 금융 정책을 만드는데도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내부 공모절차를 거쳐 이사장을 선임하지만 청와대가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명단은 '청탁' 등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특히 정 전 부위원장에 대한 내정설이 면접과 주주총회 등 이사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흘러나온 상황이다. 

거래소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이사장 임기를 한 달도 남기지 않고 서둘러 진행된 임명 절차는 결국 정권 실세 전직 차관급 금융관료를 자본시장의 수장으로 앉히려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즉각 중단하고 자본시장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장 후보자 심사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번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에는 한국증권금융 감사에 '대통령의 펜'으로 불리던 조인근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선임돼 친박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조 신임 감사는 2013년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임명돼 대통령 취임사를 비롯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도맡아 작성한 인물이다.

이처럼 최근 증권유관기관 수장·임직원 자리에 친박 인사들이 잇따라 투입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월 7일에 임기가 끝나는 한국예탁결제원 유재훈 사장의 후임자로 친박 낙하산 인사가 물망에 오를 경우 '낙하산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가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친박 실세인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밀고 있다고 한다"며 "금융계의 우병우 수석이란 별명까지 붙은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신용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 줄줄이 이어지는 금융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만 커지고 있다"며 "임기말 청와대의 인사 파행이 점입가경"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이명희 온라인뉴스부장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