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피해 보상 미비와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 금융감독원의 제보자 유출, 모 협회의 개인정보 과잉수집과 도로건설 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인한 주민의 환경권 침해, 고위 간부의 성추행과, 한국도로공사 정밀안전진단 입찰공고의 관계법령 위반, 모 단체의 국가보조금 유용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감사원 채용 특혜…
국민들이 국민감사청구를 신청했다 각하 혹은 기각된 사례들이다. 국민감사청구는 감사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원이 시행하는 제도로 국민 300인 이상이 청구할 수 있다. ‘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에 근거한 이 제도는 감사원 직원 3명과 외부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개최해 감사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5년간 감사원의 국민감사청구의 문턱을 넘은 감사건은 단 5건에 불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5년간 감사원의 국민감사청구 접수 및 처리현황을 조사해 나온 결과다. 검토 중인 3건을 제외하고 40건 중 감사가 실시된 건은 5건에 그쳤다. 감사를 실시하지 않은 35건 중 청구인이 취하한 것은 7건, 나머지 28건은 감사원이 기각·각하를 결정해 반려했다.
감사원은 청구사항에 대해 감사 필요성이 없거나 감사대상으로 부적절할 경우 감사청구를 반려한다. 위법 또는 부당한 사무 처리 등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거나 이에 보완을 요구했지만 기한 내에 제출되지 않을 경우에도 반려한다.
하지만 청구인이 공공기관의 위법사항이나 부당한 업무를 제보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국민들이 감사원에 청구하는 것인데 오히려 감사원이 밝혀오라고 요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청구요건 보완의 기한도 감사원이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다.
5년 동안 5건 밖에 실시되지 않은 국민감사청구인만큼 조직에는 굴곡이 있었다. 감사원은 제도시행 초기인 2009년 1월 감사청구조사단을 감사청조사국으로 확대·개편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민원 전담부서를 타국으로 이첩하며 다시금 감사청구조사단으로 축소됐다.
주 의원은 “감사원이 공무원을 상대로 대야할 엄격한 잣대를 국민들의 감사청구에 대고 있다”며 “국민감사청구의 청구요건 기준을 완화해 국민감사 실시를 늘리는 등 내실 있는 국민감사청구제 운영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