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츠가 사랑하는 소프라노 이명주 "이번 시즌 끝으로 새로운 도전 나서요"

입력 2016-09-19 11:23
소프라노 이명주. 린츠 주립극장 제공
2016-2017시즌 린츠 주립극장 개막작 '팔스타프'에서 이명주(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여주인공 알리체 역을 맡아 연기중이다. 린츠 주립극장 제공
2015-2016시즌 세계적 연출가 로버트 윌슨이 연출한 '라트라비아타'에서 이명주는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을 맡았다. 린츠 주립극장 제공
오스트리아 제3의 도시 린츠의 랜드마크로는 ‘브루크너의 도시’답게 1974년 개관한 브루크너 하우스가 오랫동안 꼽혀 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새로 문을 연 린츠 주립극장 역시 유럽에서 최신 최첨단 오페라 하우스로서 또하나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803년부터 운영되어온 이전 극장은 연극 전용이 되고 린츠 주립극장에서는 오페라, 뮤지컬, 발레(무용)가 연중 내내 공연된다.

지난 16일 린츠 주립극장의 2016-2017시즌 개막작으로 신작 오페라 ‘팔스타프’가 무대에 올라갔다. 베르디 말년의 걸작인 이 작품에서 호색한 팔스타프를 골탕먹이는 여주인공 알리체 포드 역은 6년째 이곳에서 전속 가수로 활동중인 소프라노 이명주(35)다. 이번 시즌 17회 공연되는 ‘팔스타프’에서 이명주는 알리체 역을 원캐스트로 소화할 예정이다. 그는 국내 클래식 팬들 사이에선 서울시향과 경기필 등의 말러 교향곡 연주의 단골 독창자로 친숙하다.

18일 린츠 주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사실 이번 시즌은 내게 좀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극장 전속가수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나설 생각이기 때문이다. 극장측과도 이야기를 마친 상태로 내년 2월에 마지막 작품을 소화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내 모토가 ‘후회없이 살자’는 것이다. 전속가수가 주는 안정감이 만만치 않지만 아티스트로서 새롭게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그는 다소 늦은 나이인 27살 때 독일로 유학을 왔다. 당시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던데다 대학 졸업후 가장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양시립합창단을 다니며 기회를 노리던 그는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금을 받고 2008년 뮌헨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 입학했다. 그런데, 뮌헨국립음대에서 수업의 일환으로 올린 오페라 ‘라보엠’에서 미미를 연기한 그를 현지 에이전트가 눈여겨 본 것이다. 2010년 린츠 주립극장 전속가수 오디션을 권유받은 그는 단번에 합격했다. 이후 학교 측의 배려로 최고연주자 과정도 1년만에 조기졸업했다.

그는 “린츠 주립극장 전속가수로서 동양인 소프라노라는 제약 없이 좋은 역할을 많이 맡았다. 리릭과 드라마틱을 오가는 배역을 번갈아가며 맡은 덕분에 내 자신이 성장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게다가 극장장님이 저를 높게 평가해서 배역에 대한 대한 제 의견을 많이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트라비아타’ ‘헨젤과 그레텔’ 등 지난해 출연했던 4개의 오페라 가운데 3개에서 그가 초연의 영예를 누렸을 만큼 극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

린츠 주립극장은 부유한 지자체인 오버외스터라이히 주와 린츠 시의 강력한 문화예술 지원정책 덕분에 화려한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오페라만 보더라도 시즌 대부분이 신작으로 채워지며, 몸값 비싼 연출가 로버트 윌슨이나 아힘 프라이어 등에게 연출을 맡길 정도다. 그는 “린츠 주립극장에 익숙해진 탓에 연출가와 신작으로 만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게 좋다. 연출가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오페라 안에서 연기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전속가수를 그만둔 뒤 내년 3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한국 관객과 가장 먼저 만날 예정이다. 베토벤 9번 ‘합창’과 빈 앙상블의 윤이상 공연(작품은 미정)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오페라를 통해 한국 관객과 자주 만나는 것도 그의 바람 가운데 하나다. 그는 그동안 경남오페라단에서 2013년 ‘라트라비아타’, 2014년 ‘라보엠’에 출연한 적 있지만 서울에선 그동안 스케줄이 맞지 않아 한번도 오페라 무대에 선 적이 없다. 그는 “여러 차례 캐스팅 제안을 받았지만 대부분 공연 날짜에 촉박해서 연락왔던 만큼 주립극장의 스케줄상 도저히 출연할 수가 없었다”면서 “프리랜서가 되면 아무래도 한국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 좀더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