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하우스 대극장(1420석). 지휘자 요엘 레비가 이끄는 KBS 교향악단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협연 손열음)과 브루크너 교향곡 3번을 연주했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서울에서 프리뷰 콘서트(10일)를 가진 뒤 이탈리아 로마(13일)와 볼차노 메라노 뮤직 페스티벌(15일)에서 공연했던 만큼 KBS 교향악단의 연주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한복을 모티브로 한 흰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객석을 향해 환하게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KBS 교향악단의 연주는 브루크너하우스가 매년 가을 주최하는 브루크너 페스티벌의 공식 개막공연이었다. 브루크너 페스티벌은 오스트리아에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브레겐츠 페스티벌과 함께 대표적인 클래식 축제로 꼽힌다. 2014년부터 특정 국가의 음악가들을 집중 소개하는 주빈국 프로그램을 신설, 9월 13일~10월 29일 열리는 올해는 한국을 선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KBS교향악단을 시작으로 19일 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향(협연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올라 김), 25일 피아니스트 김원·국립합창단, 10월 10일 울산시립무용단까지 한국 연주자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10월 29일 폐막식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오스트리아 대사 시절 만든 한국과 오스트리아 학생 연합 오케스트라인 한·오 필하모닉이 연주한다. 주빈국 관련 전체 참가인원만 400여명을 웃돈다. 그리고 브루크너하우스 로비에선 축제 기간 동안 통영시가 작곡가 윤이상을 앞세운 통영국제음악제를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또 주빈국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지휘자 정명훈이 10월 7일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이끌고 온다.
KBS 교향악단의 연주가 브루크너 페스티벌의 공식 시작을 알리는 개막공연이었지만 이날 객석은 70%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KBS 교향악단의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페스티벌 전야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직접 지휘까지 맡은 빈필 공연이 입석까지 팔아야 했던 것과 비교됐다. 하지만 KBS 교향악단 연주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협연자인 손열음의 테크닉과 KBS 교향악단의 해석과 연주력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한스 요아힘 프라이 브루크너하우스의 대표 겸 브루크너 페스티벌 총감독은 “최근 세계 클래식계에서 한국의 약진이 눈부시다. 짧은 시간 안에 거둔 한국의 경제적 성장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정명훈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아직은 많이 배출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주빈국 프로그램을 통해 오스트리아에서도 한국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BS 교향악단의 개막공연에 앞서 오전에는 개막식이 열렸다. 브루크너 페스티벌은 대대로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연설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올해는 지난 5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무효 판결을 받아 12월 재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하인츠 피셔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한편 린츠는 오스트리아에서 빈(170만명)과 그라츠(25만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는 20만명으로 그리 많지 않지만 세계적인 철강회사 푀스트알피네를 필두로 한 공업도시로서 오랫동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1974년 브루크너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브루크너하우스를 설립한 것을 기점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당시 ‘공해의 도시’란 오명을 가지고 있었던 린츠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도시계획과 문화예술 육성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면모를 일신, 2009년 ‘유럽 문화도시’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린츠는 클래식을 필두로 디지털 미디어아트,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프라이 총감독은 “린츠가 40년에 걸쳐 공업도시에서 문화예술도시로 변모하기까지 부르크너하우스와 부르크너 페스티벌이 그 출발점이 됐다”면서 “예술을 통한 교류, 현대와 전통의 조화 등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한국 클래식, 브루크너 페스티벌에서 존재감 알리다
입력 2016-09-19 10:49 수정 2016-09-20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