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이 흥행하면서 주인공 이정출(송강호)의 실존 모델인 황옥 경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의 손자가 민주화 운동 도중 사망한 황정하 열사라는 사실까지 덩달아 조명됐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황옥 경부의 친손자는 1983년 서울대 반독재시위를 주동하던 중 도서관에서 추락해 사망한 황정하 열사”라며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추락 장면을 직접 목격해 충격에 빠진 경험이 있다”고 적었다.
‘밀정’은 1923년 있었던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이 일제 주요 거점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폭탄을 대거 반입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극 중 황옥 경부를 모티브로 한 이정출 역은 송강호가, 의열단원 김시현을 염두에 둔 김우진 역은 공유가 연기했다.
실제 황옥 경부에 대한 역사적 해석은 학계에서도 여전히 엇갈린다. 독립운동가였다는 설과 일제의 밀정이었다는 설이 분분하다.
다만 그가 평탄치 않은 삶을 살다간 것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친동생인 황직연(1890~1943)은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에 붙잡혀 대전형무소에서 순국했고, 손자인 황정하 열사마저 민주 투쟁으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난 황정하 열사는 경남고를 수석 졸업하고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 당시 대학가 화두였던 ‘전두환 정권에 대한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그 역시 적극 동참했다. 그러던 1983년 11월 8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6층 난간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황정하 열사의 선후배·동료들은 30년이 넘도록 매년 11월 8일이 있는 주 토요일에 모여 그를 추모한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에는 황정하 열사를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