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쿠바 방문에 나선다.
중·일 총리는 모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한 뒤 마지막 방문지로 쿠바를 선택했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이후 개방에 나선 쿠바와의 경제 협력이 우선이지만 양국 모두 나름의 정치적 셈법을 갖고 있다.
그동안 장쩌민 전 국가주석 이후 중국의 국가주석은 임기 중 한 차례 이상 쿠바를 방문했지만 총리가 쿠바를 방문하는 것은 1960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시진핑 주석도 2014년 7월 쿠바를 방문했다.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국가주석에 이어 리 총리가 직접 쿠바를 찾는 것은 중국이 쿠바에 그만큼 공을 들인다는 증거다.
중국은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며 관계정상화에 나서자 적극적인 견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직후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쑨정차이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충칭시 당서기를 쿠바에 보냈고 지난 4월에는 시 주석이 카스트로 의장에게 축전을 보내 연임을 축하했다.
리 총리는 방문 기간 20억 달러(약 2조2500억원) 수준에 머무르는 양국 교역규모 확대를 위해 다양한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쿠바 공산주의 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면담 여부도 관심사다. 환구시보는 “카스트로 전 의장의 건강만 허락한다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리 총리에 앞서 22일부터 쿠바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일본 총리의 쿠바 방문 역시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카스트로 의장과의 회담에서 쿠바의 대일채무 면제방침을 밝히며 경제협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쿠바의 대일채무액 약 1800억엔(약 1조9800억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200억엔을 면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채무 경감 대신 일본 기업의 쿠바 진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오는 11월 쿠바의 경제개혁을 주제로 양국간 ‘민관합동회의'를 도쿄에서 여는 방안도 제안할 계획이다.
일본 언론들은 쿠바가 북한의 우호국인 점을 감안해 북핵 및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도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