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기유 등 거장의 잇단 내한… 파이프오르간의 진수를 제대로 즐긴다

입력 2016-09-18 16:35
9월 20일 내한공연 펼치는 프랑스 오르가니스트 장 기유. 롯데콘서트홀 제공
11월 26일 흑백 무성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배경으로 즉흥연주를 선보이는 영국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브릭스 롯데콘서트홀 제공
파이프오르간은 흔히 ‘악기의 여왕’으로 일컬어진다. 건물 벽에 설치된 파이프들의 웅장한 위용만이 아니라 ‘한 대의 오케스트라’로 불릴 만큼 수천 가지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프오르간은 소리를 내는 파이프,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는 바람상자, 오르가니스트가 연주를 하는 연주대(콘솔)로 이뤄져 있다. 금속성으로 보이는 것만 파이프가 아니고 주변의 나무기둥도 파이프다.나무 파이프는 금속에 비해 은은한 소리가 난다.또 파이프 뒤편의 보이지 않는 곳에도 길이와 굵기가 각양각색인 파이프들이 존재한다. 길이가 길수록, 굵기가 굵을수록 낮고 묵직한 소리가 난다.플루트 계열(부드럽고 은은한 소리), 현악기 계열(맑고 높은 소리), 프린시팔 계열(강한 소리) 그리고 오르간 고유의 소리(건반)으로 크게 나뉜다.

파이프오르간은 연주 형태로 보면 건반악기지만 소리가 나는 원리는 파이프에 공기를 통과시킨다는 점에서 관악기와 같다. 오르가니스트가 건반을 누르면 파이프의 음정밸브가 열린다. 과거에는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사람들이 파이프 뒤편에서 직접 풀무질을 해야 했지만 점차 악기개량이 이뤄져 전기장치로 공기를 불어넣게 됐다. 파이프에 공기를 불어넣는 정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스톱(stop)’이라고 부르는데, 음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파이프 오르간에는 2~5단의 건반 외에 1개의 발 건반이 있다. 과거에는 오르가니스트들이 쉴 새 없이 손발을 움직여야 했지만 최근에는 음색 조합을 미리 기억시켜 놓을 수 있는 메모리 기능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과거에는 파이프에 연주대가 붙어 있어서 오르가니스트가 관객을 등지고 앉아야 했지만 지금은 전기장치 덕분에 무대 위에 연주대를 놓아서 관객들과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원전 3세기에 야외에서 큰 소리를 내는 악기로 만들어졌던 파이프오르간은 점차 교회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르네상스 이후엔 유럽 교회음악의 중심이 됐을 정도다. 클래식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는 당대 뛰어난 오르가니스트이기도 했다. 이후 근현대에 시민을 위해 등장한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에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면서 교회를 떠나서도 그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다만 파이프오르간은 설치된 장소에 따라 주문제작되는 만큼 조금씩이지만 다르고 각각의 개성이 있다. 그래서 오르가니스트들은 우선 악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1928년 명동성당에 처음 들어선 이후 성당과 교회를 중심으로 80여개의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공연장으로는 1978년 세종문화회관에 처음 설치됐지만 전용 콘서트홀이 아니라 소리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이 국내 대형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로는 처음 설치했다.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등 세계적 콘서트홀의 오르간을 제작한 171년 전통의 오스트리아 리거가 설치한 것으로 4958개 파이프에 68스톱으로 되어 있다. 제작기간 2년, 제작비 25억원이 들었다.

롯데콘서트홀은 개관 이후 연말까지 이어지는 개관 페스티벌에 파이프오르간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했다. 8월 18일 개관 위촉곡인 진은숙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나 25·27일 말러의 천인교향곡을 필두로 매달 파이프오르간 무대가 준비돼 있다.

오는 20일 프랑스의 거장 오르가니스트 장 기유의 리사이틀은 파이프오르간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28일 바로크 음악의 거장 톤 쿠프만과 그가 창단한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협연에 이어 10월 5일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테크닉으로 유명한 카메론 카펜터의 리사이틀이 이어진다. 또한 11월 26일 흑백 무성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배경으로 즉흥연주를 선보이는 데이비드 브릭스의 무성영화 클래식, 12월 15일 색소폰·드럼과 함께 트리오 무대를 선보이는 바바라 덴너라인의 파이프오르간 재즈 콘서트도 기대를 모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