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감동이네요. 그림을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더 보고 싶습니다.”
추석 연휴동안 인터넷을 훈훈하게 달군 한 장의 그림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광부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린 것이라는데요. 대체 어떤 그림이기에 이런 호응이 이어지는 걸까요? 18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그림은 연휴 동안 ‘광부의 초등학생 딸이 그린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유명 커뮤니티에 오르내리며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림에는 땀을 흘리는 광부가 등장합니다. 광부는 헬맷에 붙은 작은 전등으로 어둠을 밝히는데요. 환하게 밝혀진 곳에서 엄마와 딸이 편안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그 어떤 추상화보다 멋지다” “훌륭한 발상의 그림이네요” “우리 아버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큰 박수 보내고 싶습니다” 등의 댓글을 달고 있는데요.
그림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 정말 초등학생이 그린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발상이 기발하고 그림 또한 수준급이라 초등학생 작품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구글링을 해보니 이 그림은 2014년 5월 13일 발생한 터키 소마 탄광폭발사고 이후 터키인들이 SNS에 자주 올렸던 것입니다.
터키 사상 최악의 탄광사고로 기록된 소마 사고는 전기공급장치 폭발로 갱도가 무너지면서 발생했습니다. 터키 정부는 30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800명에 가까운 탄광노동자가 매몰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현장에서 “사고는 벌어졌고 이는 신의 섭리다. 총리에게 야유하면 너는 맞는다”고 말했다가 국민적 분노를 사기도 했는데요.
당시 터키인들은 SNS에 이 그림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한 광부들을 위해 터키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건 축소에 급급했다는 터키인들의 분노가 그림으로 표출된 것인데요. 그림이 곧 터키 탄광산업의 상징처럼 된 것입니다. 이후 이 그림은 동영상으로도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림은 니할 아카르(Nihal Acar)라는 소녀가 열두살이던 2010년 광부인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그림을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올려놨는데 소마 탄광사고 이후 퍼졌다고 하는군요.
니할 아카르는 자신의 그림이 큰 공감을 얻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그렸어요. 제 그림이 인터넷에 공유돼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하지만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매우 슬픕니다. 지금도 전 구급차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버지가 다치지 않았는지 놀라곤 합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림 속 광부 아버지를 보며 영화 ‘국제시장’을 떠올리는 네티즌들도 있었습니다. “국제시장의 아버지 덕수처럼,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효도하고 싶은데 이제는 곁에 안 계시니 눈물만 흐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